풍부한 실탄(자금)으로 무장한 일본계 대부업체가 지난해 국내에서 2,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둬 들였다. 어지간한 중소형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시장에 진입한 이후 본격 호황기에 접어든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국내 대부업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의 순익 잔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대부업 시장에 진출해 있는 15개 일본계 대부업체 중 2006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7개 업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1,619억원에 달했다.
3월 결산 법인 등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나머지 업체를 포함할 경우 일본계 대부업체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던 일본계 대부업체는 2003년 카드 대란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307억원)를 기록했지만, 대규모 대손상각을 통해 손실을 털어내면서 2004년 166억원, 2005년 1,352억원 등으로 매년 흑자 폭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성장세는 국내 대부업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프로그룹과 산와머니가 주도했다.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프로그룹은 아프로소비자금융 342억원, 프로그레스(9월 결산) 323억원, 파트너크레디트 103억원 등 계열사 대부분이 큰 폭의 흑자를 냈으며, 3월 결산법인인 퍼스트머니와 여자크레디트 등을 포함할 경우 그룹 전체 흑자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와머니 역시 2005년 716억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852억원으로 흑자 폭을 키웠다. 이 두 업체의 지난해 순익 규모를 합칠 경우 SC제일은행의 순익(1,546억원)을 상회한다. 반면 토종 대부업체 1위인 웰컴크레디트는 지난해 순익이 68억원에 불과했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무기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낮은 조달비용이다. 최근 금융연구원 보고서는 "일본계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연 10% 이하로, 전체 대부업체 평균인 2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영세 토종 대부업체에 비해 조달비용 경쟁력이 두 배 이상인 셈이다.
반면 개인 소액 신용대출 금리는 연 66%에 육박한다. 대부업법이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 연 66%를 이자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국내법의 보호 아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갈수록 신용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일본계 대부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은 "일본계 대부업체의 경우 오랜 경험과 심사기법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을 선별하기 때문에 토종 영세 대부업체와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기가 나빠질 경우 버텨낼 수 있는 기초 체력에서 토종 업체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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