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강모(36)씨는 지난해 말 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을 갈아탔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4년 동안 보험료를 냈던 종신보험을 깼지만 부은 돈의 60% 정도만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갈아타기 전 설계사에게 수 차례 “이러면 손해 아니냐”고 물었지만 설계사는 “앞으로 20~30년 더 들 보험이니 지금 갈아타는 게 멀리 보면 훨씬 유리하다”고 강권했다. 강씨는 최근 ‘회사를 옮긴 설계사들이 새 회사의 상품을 팔기 위해 종종 갈아타기를 권유한다’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배신감이 들었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보험가입률은 94.7%, 연평균 납입액은 413만원에 이를 정도로 이제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 됐다.
특히 국민 10명 중 8명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생명보험을 들었고 최근 인기를 끄는 변액, 종신, 연금 등 보험은 앞으로도 설계사를 통해서 가입하겠다는 비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보험 선택에 있어 설계사의 비중은 크다. 하지만 친절하다고 무조건 믿을 수는 없는 노릇. 어떤 설계사를 경계해야 할지 구별 요령을 알아보자.
갈아타기 권유, 무조건 믿지 마세요
최근 국회 정무위 서혜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신보험 도입 초기인 1996년에 새로 계약된 종신보험 중 29.2%만이 계약 10년차인 지난해 말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CA생명과 메트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10년차 계약 유지율이 10%대에 그쳤다. 또 2001년에 20개 생보사가 새로 계약한 종신보험(약 341만 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유지된 계약 비율도 42.9%에 머물렀다.
이는 “경기침체로 사정이 어려워진 가입자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카우트된 설계사가 전 소속사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옮긴 보험사의 상품을 들도록 하는 ‘승환계약’ 탓이 크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이 1년 넘게 한 보험사에 머무는 정착률은 2005 회계연도 현재 37.8%. 10명 중 4명이 채 안 된다. 보통 자신의 전담 설계사가 이직 등으로 바뀌면 고객의 계약은 ‘고아계약’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다. 보험료가 연체돼도 안내문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고 주소가 바뀌어 안내문이 반송돼도 그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옮긴 뒤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설계사는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생보사들의 보장자산 캠페인 열풍을 틈타 높은 이율로 계약한 저축성 보험까지 해약하고 보장성 보험을 들라고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오래, 열심히, 성공한 설계사가 좋다
알리안츠생명의 권영주 상무는 “좋은 설계사는 우선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고객의 상황은 물론, 인플레이션 등까지 고려해 보험을 포함한 재정설계도 업그레이드 해줘야 하는데 1, 2년 만에 그만 둘 설계사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이왕이면 성공한 설계사가 좋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지만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는 의미로 실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재무설계 능력도 중요하다. 보험설계 능력 외에도 세법, 대출, 부동산, 증권 관련 지식이 많다면 더 좋다. 갈수록 설계사가 보험뿐 아니라 전반적인 재정설계를 상담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정에 호소하거나 판매에 급급해 과거 질병경력을 속이거나 대신 서명해 주겠다는 등의 권유를 하는 설계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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