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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새 급성장… 외국계 생명보험사 CEO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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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새 급성장… 외국계 생명보험사 CEO 4인

입력
2007.04.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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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 가운데 외국계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바로 생명보험 분야다. 2000년 5% 대에 머물던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여름 20%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제 보험상품 5개 중 1개는 외국계에서 들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을 차지한 게 아니다. 국내 ‘빅3’(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79.9%에서 지난해 7월 63.3%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국내 중소형 생보사들의 점유율 변화(14.4→16.5%)를 감안하면 결국 외국계 회사들이 대형 3사의 고객을 대거 빼앗은 셈이다. 돌풍의 정점에 서 있는 ‘눈 푸른’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봤다.

외국계 1위인 ING생명의 론 반 오이엔 사장은 경찰관 출신이다. 네덜란드 태생인 그는 어린시절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찰이 됐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함이었다. 경찰청 축구팀에서 그는 경찰이자 축구선수로 7년을 보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히딩크처럼 축구를 잘 할 가능성이 안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는 히딩크와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어벡 등 네덜란드 출신 한국 국가대표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요즘도 급할 때는 베어벡 감독에게 표를 얻어 국가대표 경기를 관람할 정도다.

한국 생활 3년째인 그는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산다. 9살과 3살인 아이들 모두 체코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 아직 살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외국생활을 즐긴다. 그는 “아이들이 김치부터 초밥, 피자, 전통 네덜란드 음식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국제화 사회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스튜어트 솔로몬 사장은 한국생활만 18년에 이르는 ‘한국통’이다.

미국 뉴욕 출생인 그는 시라큐스대 졸업 후 1971년 평화봉사단 활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래 독특한 인생을 살았다. 70년대 부산에서 4년간 주물공장을 경영하기도 한 그는 79년에서 95년까지 뉴욕 외환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며 금융을 공부했다. 그러다 95년부터 다시 한국을 돌아와 살고 있다.

2001년 솔로몬 사장 취임 이래 메트라이프가 매년 흑자를 내며 연평균 60%씩 성장하고 있는 데는 그의 ‘지한(知韓) 경영’ 덕이 크다.

그는 “늘 한국말을 하고 지내니 영어실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다. ‘한국과 결혼했다’ 할만큼 한국 문화, 특히 도자기에 관심이 많다.

주말에는 도자기를 빚고 공부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 그는 “최근 논란 중인 생보사의 공익기금 출연 문제도 선진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지만 한국적 특수성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설득해 지금은 미국 본사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AIG생명 고든 왓슨 사장은 2003년 만 40세에 CEO(일본 AIG)에 오른 젊은 사장이다. 2005년 한국에 부임해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임직원 축하파티에서 임원들과 함께 가발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록그룹 ‘본 조비’로 분장해 립싱크 공연을 한 일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인은 매우 스마트하고 역동적이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내 경영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익사 직전 사람을 구출해 도쿄 경시청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유화(油畵)와 사진촬영이 취미로 준 프로급 실력을 갖고 있다.

호주 출신의 PCA생명 빌 라일 사장은 대학 졸업 후 ‘당신도 롤스로이스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보험설계사 모집 광고를 보고 보험업계에 투신했다.

설계사로 출발한 지 처음 6개월 동안 한 건의 계약도 건지지 못한 그는 어느날 아버지의 충고에 전환점을 맞는다. “네가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거든 주변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을 한 달만 그대로 따라 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라일 사장은 결국 말단 보험설계사에서 지금의 CEO 자리에 올랐다.

CEO가 된 지금도 “누군가를 따라 배우고 있냐”고 묻자 GE의 잭 웰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잭 웰치는 보잘 것 없는 회사를 세계 최고로 키운 능력, 레이건은 부시 같은 다음 대통령들과 달리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통합 정신이 배울만하다는 설명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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