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만 잘 관찰해도 거짓말을 하는 10명 중 8명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폴 에크만(73ㆍ사진) 교수가 한국 경찰과 협상 전문가에게 범인을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한 수 가르쳤다. 폴 교수는 16일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행동분석을 통한 테러범의 거짓말 탐지’ 강연에서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수사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거짓말을 할 때는 8가지 징후가 나타난다. 거짓과 진실을 100% 맞출 수는 없지만 얼굴 표정만 잘 관찰해도 78.2%는 거짓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세 얼굴 표정, 몸짓, 상징적 행동, 말투, 동공 크기, 음성, 열전도 반응 중 한 가지만 살펴봐도 절반 이상은 식별이 가능하다. 그는 “8가지 징후들이 많이 중첩될수록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8가지를 종합해 판단하면 95.4%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그는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테러범 식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테러범은 용의자 찾기가 워낙 힘들지만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미세 얼굴 표정을 잘 살피면 테러를 감행하기 10초 전의 표정으로 범인 여부를 알아맞힐 수 있다. 예를 들어 계획된 범행 시 테러범은 입 꼬리 한 쪽이 올라가거나 굳게 다물고 눈은 뚫어지게 목표물을 겨냥한다. 돌발 범죄를 감행할 때는 눈을 치켜 뜨면서 입을 벌리게 된다는 것이다.
폴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관찰 가능한 변화를 전문 기기로 측정하기 때문에 매우 과학적이다”라고 반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32년간 심리학 교수로 재직한 폴 교수는 25년 동안 범죄 용의자와의 면담을 통해 얼굴표정과 목소리, 신체행동 변화를 집중 연구했다. 폴 교수는 2001년 미국심리학회로부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그의 연구 성과는 런던 히드로 공항, 미국 대사관 등에서 테러범 식별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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