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 하남시 감일동 서하남IC 인근. 여기저기 창고들이 눈에 띈다. 주말이라 오가는 차량은 뜸하지만 언뜻 봐서 공단이나 물류기지처럼 보인다. 목재나 석재 같은 건축자재는 야적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창고들은 모두 축사를 개조해 만든 것이다. 2000년 개발제한구역의 규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축사규정을 완화하면서 모두 5,000여 채의 축사가 지어졌으며 이 중 상당수가 창고로 불법용도변경 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또 이 같은 불법용도변경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람들만 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남양주 삼패동 등 수도권 그린벨트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통된 현상이다.
도시민의 허파노릇을 해온 그린벨트에 자리잡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너무 적다보니 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여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은 "실질적인 보상은 없으면서 규제만 있고, 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그린벨트 제도는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건설교통부는 규제와 소득격차 발생으로 인해 해마다 4,000여건의 민원이 생기고 있으며 연평균 3,000여건의 그린벨트 훼손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와 지방자치가 진행되면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강도가 약화해 최근 연간 700여건의 불법행위 묵인 사례가 적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0~90년대 연간 수 십 건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전국개발제한구역 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 최무기(43) 총무는 "시가 기업형 창고에만 부과하던 이행강제금을 100평 미만의 생계형 창고로까지 확대하자 창고를 다시 축사로 개조해 소나 돼지를 키우겠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농수산물 외에 공산품도 창고에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 그린벨트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제국 박사도 "현재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제도가 갖는 모순은 구역 부분조정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면서 "개발제한구역의 혜택을 입는 사람들에게 부담은 전혀 지우지 않으면서 지역주민만 규제한다면 장래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사라질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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