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용산 미군기지 81만 평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이 일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군기지 이전 비용 충당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조각조각 훼손하다 보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걸맞은 좋은 공원을 영영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비용 문제 등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곳에 지하 쇼핑몰을 건설한다든가 주변 지역 개발의 밀도를 지나치게 높이려는 듯한 이야기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어 안심이 되지 않는다.
특히 용산공원 문제를 담당하는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와 총리 산하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단, 건설교통부 쪽에서 공원 조성 비용이 1조~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얘기가 간간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토지 보상비도 안 드는 공원을 만드는 데 무슨 1조가 넘는 돈이 든단 말인가.
민족과 역사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념물과 기념관을 비롯해 온갖 건물을 세우고, 편의를 빙자해 각종 상업시설을 들여놓을 속셈이 아니라면 이런 계산이 나오기 어렵다.
서울시 추산으로도 3,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공원은 그냥 공원일 뿐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이 산책하면서 햇살을 즐기고, 산들바람을 느끼며 푸르름에 젖어보는 곳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흉물이 될 게 뻔한 기념물을 많이 지을수록, 상업시설을 많이 들여 놓을수록 공원 본래의 의미에서 멀어진다. 정부 쪽에서 자꾸 민족과 역사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것이 미심쩍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원 명칭은 국민 공모 등 여러 과정과 토론을 거쳐 확정할 문제이지만 민족과 역사라는 의미에 집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원은 공원으로서의 기능과 위상이 가장 중요하며, 각종 기념물과 시설이 집합된 장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인위적인 의미와 효용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커질수록 비용은 늘어나고 시민들에게 돌아갈 효과와 즐거움은 거꾸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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