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폭력계 거물들의 갱생길이 순탄치 않다. 잊을 만하면 다시 범죄의 덫에 걸리고 있다.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였던 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57)씨가 또 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조씨는 1980년과 1996년, 2001년에도 구속돼 장기간 복역했다. 2월에는 전 서방파 두목 김태촌(58)씨가 영화배우 권상우를 협박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조씨에 대해 폭력과 갈취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5년 10월 6일 새벽2시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룸살롱에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만나 알게 된 황모(46)씨에게 “건방지다”며 재떨이와 물병을 집어 던져 머리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다. 조씨는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업가 박모(46)씨에게 “도박 빚 20여억원을 대신 갚아달라”며 수 차례 십수억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씨는 경찰에서 “황씨와 시비가 생겨 다투다 황씨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갈취 혐의에 대해서도 “사업상 돈이 필요하니 10억원 정도를 빌려 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씨는 75년 ‘명동 사보이 호텔 기습사건’ 당시 맨주먹으로 맞서던 ‘신상사파’ 일당을 야구방망이와 회칼로 제압해 단번에 조폭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78년 양은이파를 결성해 서방파, 광주OB파와 함께 국내 3대 조폭 시대를 주도했다. 이후 80년 범죄단체 결성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95년 만기 출소했다.
조씨는 출소 후 옥중에서 약혼했던 16년 연하의 동시통역사 김모(41)씨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뿌렸다. 자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스’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신앙에 의지해 조폭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교도소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점점 삶의 진정성을 의심 받게 됐다. 조씨는 96년 8월 억대의 스키회원권과 증기탕 운영권을 갈취해 2년을, 2001년에는 해외 원정 도박을 해 10개월을 옥중에서 보냈다. 조씨는 출소할 때 참회를 다짐하며 노숙자에게 봉사하고 신학교에 진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씨는 2004년부터 역삼동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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