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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약이 만만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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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약이 만만한 나라

입력
2007.04.1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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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의 N. S.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정치인의 공약(空約)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정치인은 강도 없는 마을에 다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다."

2004년 17대 4ㆍ15일 총선이 치러진지 딱 3년이 된 이날, 그때 각 당이 제시했던 공약을 들춰봤다. 흐루시초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만회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30만개 창출, 노인 틀니 건강보험 혜택 부여, 눈 무료 검진 실시 등을 내놓았다.

또 공공부문 일자리 6만개 신설, 매년 주택 50만호 공급, 연간 100만원 이내 문화예술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우리당에 공약 이행 여부를 문의했더니 "일부 추진 중이긴 한데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이 돌아왔다.

탄핵 역풍을 맞았던 한나라당의 장밋빛 공약도 만만치 않았다. 5년간 재래시장에 1조원 지원, 1조 8,000억원 투입해 일자리 55만개 창출, 사병 월급 20만원으로 증액, 저소득층 기초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내 주는 '1인 1연금제' 도입, 과학기술 육성 위한 '황우석 박사 1만명 만들기' 등 셀 수도 없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솔직히 올 대선 공약 짜내기도 바쁘다"며 지나간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민노당도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 이공계 대학생 등록금 전액면제, 교원 2배 증원 등 황당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3년 전 총선을 취재하던 기자가 공약의 재원마련 대책이 제대로 서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을 때 모 당의 관계자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두고 보라"고 반박했다. 역시 정치인에겐 만만한 세상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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