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자간 무역규범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발원지로 유명한 카타르의 수도 도하가 지난 주 국제 에너지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72%, 생산량의 42%를 점하는 국가들의 모임인'가스수출국포럼(GECF)'회의가 이곳에서 열려서다.
2001년 포럼이 만들어졌을 때나 2005년 첫 회의가 열렸을 때 거의 주목 받지 못하다가 이번에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회원국 간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천연가스 카르텔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 첫 불씨를 지핀 사람은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의 긴장도를 높여온 이란의 최고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다. 화답한 사람은 에너지를 무기로'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다.
특히 푸틴은 하메이니가 1월말"세계 매장량의 절반을 가진 양국이 손을 잡고'가스 OPEC'을 만들자"고 제안하자"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 뒤 가스 매장량 3, 4위인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서방을 긴장시켰다. 베네수엘라 등은 아예 "가스 힘이 세져야 석유 힘도 세진다"는 논리를 내놨다.
▦ 그러나 15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참가한 회의 결과는"천연가스 수출가 연구와 시장분석 등의 기능을 수행할 고위급 기구를 만든다"는 수준에 그쳤다. 석유와 다른 가스의 생산(압축설비)ㆍ판매(장기계약)ㆍ수송(가스관) 등의 특성과 생산국간의 이해충돌로, 물량통제가 필요한 카르텔 결성 합의까진 이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가스의 러시아 의존도가 30%를 넘는 유럽연합(EU) 등은 "가격연구기구가 창설되면 카르텔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한다. 더구나 키를 쥔 러시아와 이란 등이 보통국가인가.
▦ 지난해 우리나라가 파이프(PNG)가 아닌 액화(LNG) 방식으로 전량 수입한 천연가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인 2,530만 톤으로, 120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 에너지 수입액 855억 달러의 7분의 1 정도다.
정부는"가스 OPEC의 실현가능성과 파괴력은 의문이지만, 잘 된다고 해도 확보된 장기계약 물량이 많고 자원외교 및 개발을 강화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이런 장담은 미덥지 않다."앞으로 세계는 에너지소비량에서 석유에 근접한 천연가스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는 말 대신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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