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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변화, 일본의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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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변화, 일본의 오산

입력
2007.04.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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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 26,27일 미국을 방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의 방미는 지난해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다녀간 지 10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나, 워싱턴의 분위기는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열광했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를 함께 찾아가는 이벤트까지 연출하며'미일 동맹이여, 영원하라'는 식의 끈끈함을 과시했다. 그런데 이번 아베의 방미를 앞두고 미측은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느냐 싶게 일본을 꽤나 긴장시키고 있다.

● 아베 방문, 미국의 썰렁한 분위기

미일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게 된 배경과 관련, 미 국무부 관리나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문가로부터 "북핵 6자회담 재개 이후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일의 입장과 역할이 서로 바뀐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음미해 볼 만하다.

이들의 논지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위세를 떨치던 국면에선 미일 간 찰떡 공조가 부각된 반면, 한미 간에는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그러다 미국이 북미 양자 협상에 나서는 등 외교적 해법의 모색으로 방향을 바꾸자, 한미 간에는 공조의 틀이 복구되고 협력의 범위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대신에 일본은 오히려 납치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이 원하는 공조의 수위에 한참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시각이다.

나아가 좀더 신랄한 이들은 '일본은 미국의 정책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국내정치에 매몰돼, 국제정세에 대해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직설적으로 토해낸다. 일본이 미국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얘기다.

이러던 차에 아베 총리가 일제 하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함으로써, 전세계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된 것은 미국을 한층 더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역사 문제는 당사국들 사이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 인도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질 만한 논평도 꺼리는 등, 사실상 일본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때문에 미 국무부가 최근 일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선까지 발언 수위를 높인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또 미국의 외교적 노림수가 어디에 있든, 일단 우리에게는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계속해서 역사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할지, 아니면 변화에 둔감한 일본에 일침을 가하는 방편으로 일과성으로 한마디 한 것에 그칠 지는 좀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 신뢰 잃은 일본의 선택은…

미국이 정책을 바꾸면서 동맹국들이 변화에 보조를 맞추기를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 중심적인 생각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미국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일 관계의 최근 진전 양상에 있어서는, 한껏 미국 편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 대부분 우리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편들기 차원을 넘어 일본이 변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이기도 하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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