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의 공은 18대 국회로 넘겨졌다. 정치권이 이를 약속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상응조치로 개헌 발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당의 합의가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을 거친 뒤 실제로 지켜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단 18대 국회가 들어서면 개헌의 공론화는 불가피하다. 대통령과 각 정파가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는 당론에 따라 대선공약에 개헌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헌 당론은 "4년 연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요구하는 원 포인트 개헌으로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복지나 환경 등 곳곳에 헌법을 손질할 부분이 있어 폭 넓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매우 다양한 논란거리가 불거지게 될 것으로 보여 쉽사리 처리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향후 정치일정도 개헌에 유리하지 않다. 17대와 18대 국회는 인적 연결고리가 없다. 당론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을 앞두고 변화무쌍한 형태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구성원도 바뀌고 당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헌추진을 장담하기 힘들다. 개헌 저지선인 재적의원 3분의 1(98명)을 확보한 정당이 그 때 가서 반대하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여권의 한 의원은 "일단 추진은 되겠지만 반드시 지켜진다고 확신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또 내년 초 들어선 새 정권이 최우선 담론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선택하기는 힘들다. 과거 DJP연합 뒤 김대중 후보가 내각제 개헌을 1997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좌초된 사례도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민련의 내각책임제 주장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은 15일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 철회를 일제히 환영했다. 18대 국회 처리라는 당론을 재확인한 한나라당은 대선정국의 중대 불안요인이 제거됐다는 표정이다. 열린우리당 역시 시름을 크게 덜었다는 분위기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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