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대 총장 20여명이 서울시내 한 호텔에 모였다. 사립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지만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기부금이었다. 열악한 대학 재정에 그나마 숨통을 터주는 자금원 중 하나가 기부금이지만 이나마 갈수록 줄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임에 참석했던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기업 기부금 세제감면 혜택 한도를 100%로 확대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대학에 내는 기부금 전액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달라는 요구다.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총장들의 우려는 교육인적자원부가 15일 공개한 ‘사립대 재정 현황’ 제목의 내부 자료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한 국내 336개 사립대가 외부로부터 받는 기부금 규모가 1년 사이에 절반 가량 줄었다. 2004년 사립대 전체 운영 수입의 8.5%였던 기부금 비율은 2005년에는 4.4%로 뚝 떨어졌다. 1년만에 4.1% 포인트 준 것이다. 금액으로는 무려 5,223억원이나 감소했다. 최근 3년 사이 기부금이 가장 많았던 2003년 9.4% 보다는 절반 이상 줄었다.
기부금 격감은 전체 기부금 규모의 80%를 출연하는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선뜻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총장들의 주장대로 기부금의 세액공제가 100%까지 되지 않는 것은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관련 기부금의 경우 교비회계가 아닌 산학협력단 회계로 이전하는 추세인 것도 기부금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도 확 줄었다. 2004년 2,219억원에서 2005년 1,812억원으로 400억원 이상 감소했다. 2003년(6,085억원)에 비해서는 4,200억원(3.3% 포인트) 이상 준 금액이다.
기부금과 국고보조금 감소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70.5%였던 전체 운영 수익 대비 등록금 비율이 2년 만에 77.2%로 6.7% 포인트나 늘었다. 돈으로 따지면 9,540억원 가량 증가했다. 대학 1곳당 등록금 수익이 28억원 이상 는 셈이다.
기부금 및 국고보조금 감소→ 등록금 인상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사립대 재정 확충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대학측에 전체 재정 대비 등록금 비중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기부금과 국고보조금 확대가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양대 이영 교수는 “규제개혁과 조세감면을 통한 재원확충과 기부금 확대, 연구비와 장학금 형태의 정부지원 확대 등 재정수입 구조 개선 대책이 시행돼야 궁극적으로 등록금 비중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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