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론자고 본질주의잡니다. 나의 시는 뻘밭 같은 세상을 지나쳐 오면서 꿈 꿔 온 섬과 숲, 사랑, 밀양(그의 연극 공동체가 있는 곳)을 찾아 가는 싸움의 기록입니다.” 꺼끌꺼끌한 경남 사투리 역시 그의 훌륭한 자산이리라.
극작가, 연출가,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문화 기획자…. 자ㆍ타칭 문화 게릴라 이윤택(55)씨가 시선집 <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싶다> (북인)로 시인으로서의 발언을 재개했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꼭두쇠로만 널리 알려져 있기 십상인 그가 무려 13년 동안 잊고 있다 퍼뜩 생각났다는 듯 시인으로 돌아 왔다. 1979년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시민> <밥의 사랑> <막연한 기대와 몽상에 대한 반역> 등 시집을 냈는데 <나는 차라리 황야이고 싶다> 는 그들 시집에서 추려낸 작품 등 76편으로 이뤄져 있다. 나는> 막연한> 밥의> 시민> 나는>
“날씨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므로 / 60칼로리 정도의 키스는 갖고 오너라 / 하나님은 우주 공간을 날고 있지만 / 별이 보이는 옥수수밭 / 우리 것이다” 스스로 꼽는 절창 <사랑> 이다(1983년 발표). 아니, 그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보다 직설적인 어법이 더 어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
“낮게 나는 새 모조리 잡아 먹었어 / 표범과 만나 돌밭 당당히 뒹굴었고”(<늑대> 중). 그의 시는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읽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 씹어볼 일이다. 늑대>
“가진 게 없어 늘 죄송했”(<수자의 편지> )던 그는 그러나 허튼 감상에 빠져들지 않으려 애썼다. 기차를 타고 가다 펼쳐지는 논에서도 그는 삶의 무게를 읽는다. “저 길은 농부가 걸어가야 할 노동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주의를 경계함> ). 옛 문청(문학 청년)들이 벌였던 통음(痛飮)의 현장도 이채롭다. 이런> 수자의>
“나는 그날 미아리 텍사스 촌에 일박 / 밤새워 고정희(시인)의 죽음을 껴안고 지랄을 틀다가 / 새벽녘에 이런 시를 쓴다”(<죽음과 섹스와 시> 중) 죽음과>
재생을 향한 시인의 소망은 1994년 <봄소풍> 에서 확인됐다. “아이들이 / 봄 소풍을 간다 / 잘난 권세도 학문도 닿지 않는 곳으로 / 민들레 풀씨처럼 / 움직이는 세계의 느낌처럼 // 철 지난 역사를 뒤켠으로 밀어내면서”(전문) 자연은 그러나 완상의 대상이 아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 쫙 펼쳐지는 논에서도 그는 땀을 읽는다. “저 길은 농부가 걸어가야 할 노동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주의를 경계함> ). 이런> 봄소풍>
최근 그는 계간 <시인 세계> 2007년 봄호에 발표한 <숲으로 간다> 를 신호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시인으로서의 감성을 벼리고 있다. 숲으로> 시인>
그는 “책을 읽다 문득 이마빡이 / 화끈! // 밤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숲의 광채를 목격하는” 것으로 스스로 숲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돈오돈수의 경지인가. 보다 앞서 그는 “그래서 나는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 발언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 우리는>
그는 “현재 미발표 시작 30여 편이 더 있다”며 “내년께 책으로 묶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몸은 5월 있을 경희궁 최초의 연극 공연 <화성에서 꿈꾸다> 와 <어머니> 의 부산 공연에 저당잡혀 있다. 어머니> 화성에서>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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