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마이 지음ㆍ햇살과 나무꾼 옮김 / 비룡소 발행ㆍ204쪽ㆍ7,500원
귀신이 무서워서 화장실에 못 가고 늑대인간이 나타날까 싶어 밤에 나가 놀고싶은 것을 꾹꾹 참았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두려워하면서도 아이들은 또 유령 이야기에 열광한다. 그런데 여기 무섭지도 허무맹랑하지도 않은 판타지 한편이 있다. 유령 이야기에 우리 사는 모습을 덧씌운 따뜻한 동화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호기심보다는 가족을 지키는 게 우선인 조숙한 여덟 살 꼬마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 끊임없이 꼬마 바니를 괴롭히는 유령의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임신 중인 새엄마가 알면 충격을 받아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바니는 유령을 본다는 것을 숨기기로 한다. 친엄마의 기억이 없는 바니는 다정한 보살핌을 받는 게 너무 좋아 새엄마를 잃고싶지 않다.
작가가 되고싶은 말괄량이 작은 누나에게 비밀을 털어놓자 바니의 고민은 가족에게 곧 다 퍼지게 된다. 그리고 바니의 곁을 맴도는 게 유령이 아니라 바니 친엄마의 작은 할아버지 콜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마법사라는 이유로 외떨어져 살던 콜 할아버지가 바니를 데려가려 했던 것. “비밀은 상처와도 같다”는 작은 누나의 말처럼 그렇게도 바니를 괴롭히던 고민은 결국 가족 안에서 해결된다. 또 외롭게 살던 콜 할아버지도 가족의 일원으로 제자리를 찾아 모두가 행복해진다.
뉴질랜드의 유명 아동작가 마거릿 마이의 대표작인 이 책은 유령 이야기보다는 가족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너무 좋은 것은 행여 놓칠까 싶어 마음에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처럼 바니에게 가족은 소중하지만 불안의 근원이기도 하다.
혼자 생각하고 끙끙 고민하는 아이가 있다면 책을 안겨주며 이렇게 살짝 귀띔해 주는 건 어떨까. “아이는 아이답게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털어놓을 자유가 있단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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