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출석률로만 보면 17대 국회의원들은 대다수가 모범생들이다. 13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재적 의원 296명 중 56%에 해당하는 168명의 본회의 출석률이 90% 이상(2007년 4월 2일 기준)을 기록했다. 상임위별 출석률도 평균 70%를 넘는다.
그런데도 왜 오후가 되면 회의장이 텅텅 비고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법안 표결이 지연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걸까. 1분만 회의장에 얼굴을 비쳐도 하루를 온전히 출석한 것으로 치는 국회 관행 때문이다.
상당수 의원들 스스로 “이런 허점을 이용, 출석 체크를 하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눈도장만 찍고 사라지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2004년 6월 17대 국회 개원 이후 135차례 열린 본회의에 모두 참석한 ‘개근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재윤, 민병두, 양승조, 유인태 의원과 무소속 제종길 의원 등 7명이다.
민주당 조순형,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도 지난 해 7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본회의 34회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출석률 90%대인 의원은 161명, 80%대는 101명, 70%대는 21명이었고, 60%대는 5명, 40%대는 단 한 명이었다.
높은 출석률을 기록한 의원들마저 출석률과 성실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출석률이 높다고 해서 성실히 대정부 질의를 하거나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많이 발의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출석률 98.52%인 초선 A 의원은 “선거 때 상대 후보가 출석률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행사가 있어도 회의장에 꼭 들렀다 가야 한다고 모 중진 의원이 가르쳐 주더라”고 했다.
97.04%을 기록한 B 의원은 “출석 체크를 하느라 내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행사에 늦은 적도 있다”며 “표결이 있는 날엔 출석 여부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신경 써서 자리를 지키는 편”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서울의 재선 C, D 의원, 부산의 3선 E 의원과 초선 F 의원, 인천의 3선 E 의원, 전북 초선 F 의원, 비례대표 G, H 의원 등을 대표적 ‘눈도장 의원’으로 꼽았다.
출석률이 가장 낮은 의원은 민주당 채일병 의원(45.83%)이다. 이어 낮은 순서로 우리당 정동채 의원,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 우리당 이광재, 이해찬, 김진표, 김근태 의원,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 무소속 최연희 의원, 우리당 유시민 의원 등이다. 출석률이 저조한 의원은 대다수가 국무위원이나 주요 당직자들이다.
이 중 I 의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출석률보다 정책 개발이나 법안 발의 내용 등으로 의원을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석률이 전혀 무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출석률 하위 10명 안에 든 김근태, 이인제, 이해찬, 정동채, 채일병 의원은 그동안 법안을 한건도 내지 않았고, 김광원 의원은 2건, 최연희, 김진표 의원은 3건에 그쳤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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