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 1월 퇴임하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기념도서관과 함께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퇴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통치사료를 보관하는 기념도서관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래 역대 대통령이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통치이념 또는 정치적 비전을 계승, 발전시킬 목적으로 설립한 연구기관은 스탠퍼드 대학에 있는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후버 전쟁ㆍ 혁명ㆍ평화 연구소'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인권 증진을 표방하고 애틀랜터 에모리 대에 세운 '카터 센터'뿐이다.
■ 부시 기념도서관은 고향 텍사스 주 여러 대학의 유치 경쟁을 제치고 부인 로라 부시의 모교인 댈러스 남감리교 대(SMU)에 건립될 예정이다.
이 도서관은 텍사스 A&M 대학의 아버지 부시 기념도서관과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린든 존슨 기념도서관과 함께, 텍사스를 대표하는 역사적 기념물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기념도서관 13곳 가운데 3곳을 갖게 된 것을 자랑할 만하다. 도서관 건립비용도 역대 최고인 2억 달러나 돼, 대학의 면모와 명망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로라 부시는 이 대학교 재단이사다.
■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탐구할 연구소를 세운다는 데 냉소하는 이도 많다. 부시는 자신의 통치유산을 과거 프랑스 학자 토크빌이 미국 여행에서 '자유와 자유권'의 신천지를 발견하고 경탄한 것에 비유했다. 이 '토크빌 모델' 을 계속 연구, 발전시킬 싱크탱크를 설치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쟁과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자유의 이상을 크게 훼손한 부시 대통령이 퇴임 후 다시 이념 연구소를 세우는 것은 그다운 무모한 아집이라는 비판이 많다.
■ 그러나 비판 여론을 아랑곳 않는 연구소 설립은 퇴임 후에도 현실정치에 이념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눈에 띈다. 부시와 네오콘 세력은 진보성향의 스탠퍼드 대학에 자리잡은 후버 연구소가 대학 울타리를 넘어 미국사회 중심의 '보수 아성' 역할을 한 것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테면 '부시 자유연구소'는 캠퍼스를 빌려 한물 간 신보수주의 논리를 선전하는 도구 노릇을 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성공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나라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지도자일수록 쉽게 역사 속으로 퇴장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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