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아직 멀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3할의 맹타를 휘두르는 외국인 타자 크루즈는 "수비는 안 되니까"이고,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첫 승을 따낸 정민철은 "상대팀이 물방망이라서"다. 좀체 선수들을 칭찬하는 법이 없다.
그런 김인식 감독이 '바라만 봐도' 흐뭇한 선수가 생겼으니 프로 3년차 우완 투수 양훈(21)이다. 양훈은 개막 직후 무릎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특급 마무리' 구대성의 공백을 메울 한화의 차세대 마무리다. 양훈은 11일 두산전에서 4-2로 앞선 8회 1사에서 구원 등판해 5타자를 깔끔히 막아내며 세이브를 올린 데 이어 13일 롯데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양훈의 배짱 있는 투구에 흡족해 하던 김 감독은 문득 낙지 생각이 났다. 생선가게를 하던 양훈의 부모는 경기 전 대전구장으로 낙지, 오징어 등을 보내오곤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둔 '전사'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경기 전 낙지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일 순 없잖아. 코칭스태프도 못 먹는데 선수들이라고 먹을 수 있었겠어?" 대신 양훈을 볼 때마다 "네가 야구 잘 해서 부모님 가게를 확장시켜 드려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낙지 배달'이 뚝 끊겼다. 내심 궁금해 하던 김 감독은 사연을 전해들은 뒤 웃음을 터트렸다. "양훈이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은 이젠 장사를 그만두셨나 봐." 속초상고 출신의 양훈은 지난해 2승1패에 평균자책점 3.92로 한화의 준우승에 힘을 보탠 공을 인정 받아 올해 33.3%가 인상된 연봉 3,600만원을 받는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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