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절판된 책 가운데 그 가치가 공인된 책을 리메이크 출판하라는 불문율이 내려오고 있지만, 행복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하는 충고처럼 이 말은 그 실감이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한 권의 책에 대한 유혹이 당연히 더 큰 법이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은, 마치 봉인을 처음 뜯는 진리처럼 우리를 한층 더 설레게 한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과의 만남은 리메이크 출판에 대한 나의 사고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사건이었다. 이 소설책이 처음 번역 출간된 것은 10여 년 전인 1996년이었다. 스밀라의>
그 후 진가가 충분히 알려지기도 전에 절판된 이 책은 영화감독 박찬욱이 배우 강혜정에게 추천해주었다거나, 소설가 김영하가 ‘장기 대여’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거나 하는 소문 외에도 몇몇 추리소설 마니아에 의해 계속적으로 미스터리 걸작으로 손꼽혔다.
그러니 출판사 마음산책이 이 책의 리메이크 출간을 위한 저작권을 정식으로 도입한 후 흥분할 수밖에. 그러나 그런 마음만으로 출판을 할 수는 없는 법. 이 책의 출판을 앞두고 우리는 이 책에 대한 독자의 의견을 미리 조사했다. 주로 헌책방 동호회와 추리소설 동호회의 회원에게 물었다. 리메이크 출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 였다.
그 결과 원고지 2,000장을 훌쩍 넘는 분량의 이 소설을 분책하지 말고 두툼한 한 권으로 출판했으면 하는 의견과 표지 컨셉, 제목에 대한 의견 등이 수렴되었는데 이를 편집에 최대한 수용했다. 새책을 만들 때마다 미답의 길을 가는 것처럼 힘들고 외로웠는데 ‘스밀라 서포터스’인 독자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가니 흥미진진할 따름이었다.
이 소설의 작품성을 여기서 더 말할 여유는 없지만 이 책의 서포터스의 역할 만은 꼭 적어두고 싶다. 무엇보다 자진해서 뒤 표지 추천 글을 감동적으로 써준 ‘스밀라 서포터스’ 대표격인 소설가 김연수의 힘은 대단하였다.
책이 출간된 후 독자의 서평과 입선전이 또 다른 서포터를 불러모았다. 소설 여주인공 스밀라의 독특한 매력에 빠진 서포터스의 힘은 오늘도 리메이크 출판의 매혹을 환기시킨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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