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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텅텅 비었는데 출석률은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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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텅텅 비었는데 출석률은 99%

입력
2007.04.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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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본회의장.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이 때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208명. 그러나 이날 국회 속기록에는 293명의 의원이 출석한 것으로 돼 있다. 85명이 ‘무임 승차’한 셈이다.

출석률만 본다면 98.99%로 기록적인 수치이지만, 실제로는 41건의 법안이 처리되는 동안 평균 51.9명이 회의장에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표결이 필요 없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대정부질문 때에는 이런 괴리가 훨씬 심하다. 9~11일 사흘간 진행된 대정부질문을 꾸준히 지켜본 의원은 30명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회 속기록에는 각각 269명, 261명, 269명의 의원들이 앉아있던 것으로 돼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구멍 투성이인 의원 출석 확인시스템 때문이다. 의원들은 이를 잘도 악용한다.

13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와 한국일보가 2004년 6월부터 이 달 2일까지 135회 열린 17대 국회 본회의의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평균 출석률은 88.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별로는 출석률 90% 이상이 168명이나 됐고, 100%를 자랑하는 의원도 7명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만 보고 성실하게 본회의에 출석해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이 그렇게 많구나라고 생각하면 바보가 된다. 현행 국회법상 출석 시스템은 회의가 열리는 도중 아무 때나 잠시 얼굴을 비치면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회의장 뒤쪽이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면 출석 체크를 하는 방식이다. 언제 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회의장에 있었는지는 체크 대상이 아니다. 그냥 회의장에 들어갔다 나와도 출석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한 국회 직원은 “‘나 왔다’고 알린 뒤 그대로 가는 의원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도 “출석 확인만 하고 가는 것으로 소문 난 의원들이 몇 명 있는데 대부분 언론에 나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고 털어놓았다.

상임위원회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회 속기록에는 6일 문화관광위에 의원 24명 중 21명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회의 도중 과반(13명)이 되지 않아 의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배숙 위원장이 “밖에 계신 의원들 모셔와 달라, 여기 계신 분들은 당분간 나가지 말아 달라”고 몇 차례 부탁한 끝에 겨우 의결할 수 있었다.

중요 법안 표결이 예정돼 있거나 민감한 쟁점이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는 이상 대다수 상임위는 회의를 지속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의사 정족수만 겨우 채운 채 진행된다. 그래도 출석률은 80%가 넘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의원들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출석만 하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현행 출석률만으로는 의정활동의 성실성, 책임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완책으로는 회의 참석 및 퇴장 시간을 확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고, 일각에선 대정부질문을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회의 출석여부가 의정활동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 의원들의 활동을 단순한 숫자로 계량화할 경우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것은 의원들이 먼저 기본적인 회의출석 의무를 지킨 뒤 할 수 있는 항변으로 들린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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