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닿는 나라가 14개, 국토가 이어지는 바다만 6개, 면적 한국의 100배, 인구는 무려 13억명-이 거대한 나라가 중국이다. 이런 사실을 새삼 거론한 것은 그 실상과 덩치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후 가까워졌지만, 겁도 없이 중국을 낙후된 나라로 보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무엇보다 1인당 소득이 우리의 10분의 1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의 다른 점 잘 인식해야
그러나 중국은 두려운 나라다. 빈부격차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다른 사회문제도 많지만, 역사의 발전도상에서 자기모순 없는 정체성 모색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일관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나라로는 지금의 중국 만한 국가가 없다.
오늘날 한국이 어떤 상태인가를 생각하면 역도경기의 용상(聳上)을 떠올리게 된다. 무거운 바벨을 한 번에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어깨에 잠시 얹은 채 헐떡거리며 일어설 수 있을까 없을까,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게 아닌가 하며 안간힘을 쓰는 국면, 그것이 한국의 지금 모습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숨을 고르며 젖 먹던 힘까지 들인 끝에 잘 일어서면 한국은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이다.
무릎을 곧추 세우고 팔꿈치와 어깨를 튼튼하게 만들어 벌떡 일어서는 것은 모든 역도경기가 그렇듯이 온 몸의 힘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나라의 힘을 모으는 것은 국민과 지도자가 한 몸, 한 마음이 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중국은 출발이 늦었지만 당연히 그 덕분에 이른바 ‘잘 살아 보세’의 합치된 성취동기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들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다. 이 두 가지는 어느 것이 먼저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경우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중국과 같은 이념국가에서는 특히 리더십의 비중이 크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리더십의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평민총리’ 원자바오는 동양적 정치질서에서 중요한 개념인 ‘재상’의 이미지를 체현하고 있다. 그의 언동이 쇼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0년 넘게 입은 낡은 점퍼나 운동화, 농민의 사과상자 선물을 끝내 돈을 주고서야 받은 에피소드는 그런 행동을 흉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그의 특장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분별이 모자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함께 거대중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두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동갑이며 문화대혁명시대의 고난을 이겨낸 점등 공통점이 많다. 공통점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겸손 청렴과 온유함이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은 생긴 것도 닮은 것처럼 보일 만큼 이미지가 비슷하다. .
영국의 한 신문은 ‘중국 공산당 엘리트는 인민을 위해 높은 수준의 도덕과 지성을 쌓은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중국 체제 모순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묵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원자바오 총리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지적한 말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가리더십
그래도 좋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며 덕목이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우는 것이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다. 국민에게 눈 부릅뜨고 소리치고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에는 시대의 발전과 요구에 맞는 성격의 지도자가 제때 제때 잘 나와 준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개혁ㆍ개방을 주창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얼굴은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 남들(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온유하고 교양 있는 얼굴, 그런 얼굴은 단시일에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에 비하면 대선의 해에 죽 훑어 본 우리 지도자들은 내공(內功)이 부족해 보인다. 인물이 많은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적다.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존경(또는 존중)을 받는 것, 그것이 국가의 중요한 힘이다..
임철순 칼럼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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