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에 ‘두 쪽 난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명동의 서울중앙우체국(포스트 타워)이 두 쪽으로 나뉘어 지어졌고 종로 변에 우뚝 선 르-메이에르 종로타운과 충정로에 들어선 브라운스톤 서울타워도 마찬가지다.
이들 건물은 하층의 경우 하나의 동으로 올라가다가 일정 높이 이상에서는 모두 두 동으로 나뉘어 지어졌다. 최근 성냥갑 모양으로 바뀌긴 했지만 서울시 새 청사의 경우도 처음에는 두 쪽 난 모양의 조감도가 일반에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변 건물의 주인들이 남산이 보이지 않아 항의하는 바람에 그 모양이 됐다”, “늘씬한 게 미의 기준이다 보니 큰 덩치를 둘로 나눈 게 아니냐”는 등 그럴싸한 해석이 나오지만 정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서울시가 북악산, 남산, 인왕산, 낙산 등 도심부를 둘러 싸고 있는 산을 가리는 건물의 등장을 막고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2001년도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은 “도심의 건물이 조망을 차단하는 것을 방지하고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하게 넓은 성냥갑 모양의 판상형(板狀形) 건축물을 지양한다”며 10층 이상의 고층부에 대해서는 건물의 가로와 세로가 50m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50m 제한 폭은 2004년 이 기본계획이 ‘도심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으로 바뀌면서 55m로 다소 완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 맞은편의 대우빌딩, 광화문 교보빌딩 등 매머드급 건축물이 도심에 설 경우 위압감은 물론 복잡한 도심이 더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이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 55m 이상의 웅장한 하체를 가진 건물들은 10층 높이에서 부터는 홀쭉해져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싸라기’ 땅에 지은 건물의 고층을 비워놓을 수 없어 10층 이상의 고층부에는 둘로 나눠 올리고 있다. 결국 두 쪽 난 건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유행이라기보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책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2004년의 기본계획은 또 10층 이상의 고층부가 2개 이상의 타워로 연속해서 구성될 경우 과도하게 조망권을 침범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타워 간의 이격거리(간격)가 6m 이상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감도 공개 당시 ‘도끼로 찍은 듯한’희한한 모양 덕분에 관심을 끌었던 명동 포스트타워(지하 7층, 지상 21층, 연면적 2만2000여 평)의 가로 세로 길이는 각각 78m, 35m다.
서울시의 기본계획 대로라면 78m의 폭으로 10층 이상 올릴 수 없다. 하지만 7층 높이에서 둘로 나누어지기 시작한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벌어져 10층에서 6m로 떨어지고, 꼭대기 층인 20층에서는 12m로 멀어진다. 2개 이상의 타워가 연속해서 구성될 경우 최소한 떨어져야 하는 거리, 6m를 만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충정로 브라운스톤 서울타워의 경우 하층부가 가로 117m 세로 24m 지만 9층부터는 가로 25m 세로 24m짜리 두 동이 올라갔다. 또 7월 말 완공 예정인 종로의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은 가로는 80m 세로는 61m에 달하지만 11층에는 가로 세로가 50m, 26m인 9층짜리 타워 두 개가 올려졌다.
SK건설의 한 관계자는 “공간 이용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외부와의 접촉면이 늘어 입주민들이 보다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는 “건물이 나눠짐으로써 시각적 부담이 줄어드는 등의 장점이 있겠지만, 도심의 대형 건물들이 고층에서 하나같이 둘로 나뉘어진다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부를 수 있다”며 “강제성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에서 그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