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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요구에 순응한 SK지주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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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요구에 순응한 SK지주회사

입력
2007.04.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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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4위의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의미 있는 결단이다. 2003년 LG그룹이 재벌기업 가운데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SK까지 합류함으로써 지주회사는 대세로 자리잡는 추세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순환출자로 인해 한 회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위험이 구조적으로 제거된다.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한다는 비난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도 큰 장점이다.

SK가 지주회사를 선택한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려는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다. 동시에 소버린 사태로 취약함이 드러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읽힌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따른 주식 저평가에 불만을 가져온 해외 주주들의 강력한 요청도 작용했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지배구조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SK측이 순응한 결과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정부의 강요가 아니더라도 대기업의 낡은 지배구조는 더 이상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물론 지주회사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상장사 주식 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SK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결정과 함께 최태원 회장이 소유한 워커힐 주식 전부를 SK네트웍스에 무상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이로써 SK네트웍스는 2003년 사태 당시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 각서를 모두 실현하고 워크아웃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지주회사 방식은 기존 재벌 구조에 비하면 한층 진화한 지배구조 방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겉모양만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황제경영, 부당내부 거래, 변칙적인 계열사 지원 같은 전근대적 행태와 관행까지 바뀌어야 진정한 지배구조 선진화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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