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들이 중ㆍ고교 수학 교과서에 나온 문제를 절반도 못 풀고, 상위권 대학 신입생들도 22점부터 98점까지 76점이나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에 따르면 이들 단체가 지난달에 공동 실시한 전국 20개 대학 이과대 신입생 976명에 대한 중·고교 수학 평가 결과,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48.8점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출제된 20개 문제는 중학 과정인 수학 7·8·9, 고1 과정인 수학 10, 고2 과정인 수학Ⅰ·Ⅱ·미적분 범위에서 교과서 예제를 약간 변형한 것들이다. 상·중·하위권이 고루 안배된 전국 20개 대학에서 이과생 1개 반(34~99명)씩 시험을 치렀다.
문제를 출제한 교수들이 난이도를 고려해 예측한 기대성적은 65점이었지만, 평균이 60점을 넘은 대학은 7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개 대학 중 5개가 30점대였고, 심지어 10점대도 있었다. 가장 성적이 좋은 A대학의 평균 점수는 84.3점인 반면, 최하위 T대학은 15.6점에 그쳤다.
한 대학 같은 반에도 점수 차이가 40~70점이나 나는 학생들이 섞여있었고, 상위권 대학들도 22~98점, 34~100점, 34~98점 등 성적이 동떨어지는 학생들이 공존했다. 이번 평가를 책임진 배재대 이규봉 교수는 “전반적인 수학 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하위권을 막론하고 학생들 편차가 너무 커서 도저히 강의를 진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공계 신입생의 수학실력이 중·고교 과정에서 낙제점을 맞을 정도로 낮은 것은 7차 교육과정이 수학ⅠㆍⅡ와 미적분을 선택과목으로 지정, 이를 전혀 배우지 않고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수학을 필수로 바꾸고 대학 실정에 맞는 교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13일 3개 단체가 주최하는 ‘수학·과학 교육 정책과 국가 경쟁력’ 포럼에서 발표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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