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시 경안천. 비가 한동안 안 온 탓인지 물빛이 거무스름하다. 용인지역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상황은 더 열악하다. 과자봉지, 깡통 등 쓰레기와 기름, 부유물이 뒤범벅이다. 나뭇가지로 한 번 휘젓자 물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버린다.
용인에서 시작해 광주를 거쳐 팔당호로 유입되는 경안천(38㎞)은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으로 묶이고, 이것도 모자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첩첩이 규제됐지만 수질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군을 엄격히 규제해도 용인지역 상류에서부터 오염된 물이 유입되니 속수무책이다. 그러다 보니 수질은 점점 나빠지고 규제는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규제에 의존한 수질 개선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하수나 비점오염원(비가 올 경우 흘러 드는 비료 농약 축산폐수 등 특정하지 못하는 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눈에 띄는 곳만 규제해 주민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안천의 경우 오염원의 39%가 생활하수지만 용인시와 광주시의 하수처리율은 각각 37%, 86%에 불과하다. 오염원의 49.5%를 차지하는 비점오염원에 대해서도 수변구역 지정 외 별다른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팔당호 수질은 한해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데도 불구하고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기준 2급수, C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 3급수에 머물고 있다. 총인이나 총질소를 포함하면 상황은 더 열악해 진다.
팔당호 규제악법철폐를 위한 경기연합 이태영(47)사무국장은 “지금과 같은 규제는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면서 “하수처리장 확충 등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규제의 강도가 너무 세 영세업자만 있다 보니 개별하수처리시설 설치를 형식적으로 해 오히려 수질 악화를 초래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유영성 연구위원은 “상수원 보호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입지규제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지난해 규제지역 주민들이 1,000억원의 직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원액은 79억원 수준으로 보상도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팔당호는 세계 유래가 없을 만큼 대규모 인구를 담당하는 상수원인 데다 개발압력이 높아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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