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국에 투자한 외자기업들에 대한 기업소득세가 25%까지 올라가겠지만 하이테크 기업에 대해선 계속 15%로 우대할 것입니다.”
방한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1일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기업소득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늘 하룻동안 같은 질문을 네번째 받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급적 하이테크 기업들의 투자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중국의 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원 총리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4단체 초청 오찬에서 먼저 기업소득세를 올리게 된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개혁ㆍ개방 30년 동안 내자기업의 경우 33%인 기업소득세를 외자 기업들에 대해서만은 15%만 내면 되도록 계속 우대했다”며 “그러나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져 내ㆍ외자기업을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소득세가 오르지만 집행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고 이미 계약을 맺은 기업에 대해선 5년간의 과도기를 주기로 했다”며 “특히 하이테크 기업이나 규모는 작아도 고용촉진이 큰 기업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15% 세율 적용할 계획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총리는 한국에 도착해 맨 처음 방문한 곳이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인 SK텔레콤인 점을 누차 강조했다.
원 총리는 또 “서부대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계속 15% 세율의 우대 정책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찬에는 중국측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 장관, 리쟈오싱(李肇星) 외교부 장관 및 중국경제사절단이, 우리측에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편 원 총리는 오찬에 앞서 가진 특별 강연에선 “한중 양국은 지리적 근접성과 편리한 교통,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 등 경제 협력에 관해 천혜의 유리한 조건과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협력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분야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양국간 무역 및 투자의 확대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연구 추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중 FTA에 관해 원 총리는 “양국 경제무역의 장기적인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관학 공동연구에 박차를 가해 서로 윈윈의 방안을 조기 제출함으로써 FTA의 최종적인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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