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역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나그네> 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임 감독의 걸작 <서편제> 와 맞물려 있으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편제> 가 소리꾼 송화와 그의 동생 동호가 마음속의 한(恨)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한다면, <천년학> 은 그렇게 쌓여진 한으로 인해이루어지기 힘든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다. 천년학> 서편제> 서편제> 선학동나그네> 천년학>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은 임권택 감독의 수많은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소재이지만 감독은 멜로 드라마라는 틀 속에서 자신의 수많은 영화 속에 도도히 흐르던 휴머니즘과 궁극적인 경지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자연에 대한탐미를 이어나간다. 애첩 송화의 소리를 들으면서 흰 매화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풍경속에서 눈을 감는 백사노인의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 바닷가의 갈대밭과 낙조 등 이 땅구석구석의 사계를 풍경화처럼 그려낸 화면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극락도 살인사건> 은 신인 김한민 감독이 의욕적으로 연출한 스릴러물. 아가사크리스티의 탐정소설처럼 외딴 섬에 살고 있는 열 일곱 명 사이에서 살인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패닉상태에 이르러가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영화 중 가장 기본체력이 약한 부분을 스릴러라고 꼽는다면, 긴장감 있는 상황설정과 추리과정, 막판의 반전을골고루 갖춘 이 영화는 나름대로 선전은 했다고 보여지지만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극락도>
<불량공주 모모코> 의 발랄함과 참신함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신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이 반갑다. 마츠코라는 여인이 죽고 난 뒤 그의 일생을 돌아 보는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마츠코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을 얻지 못하고 눈물나게 불쌍한 경험만 거듭한다. 전형적인 신파인 마츠코의 일생이 감독 특유의 원색을 활용한 혐오스런> 불량공주>
화려한 색감, 뮤지컬이라는 형식의 밝은 분위기로 펼쳐진다.
이밖에 니콜라스 케이지의 <고스트라이더> 는 세계 최고의 모터싸이클 스턴트 챔피언인주인공이 자신의 영혼을 팔아 밤마다 영혼을 사냥하는 고스트라이더로 변신해 악마의 아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 화려한 CG가 볼만하다. 고스트라이더>
이윤정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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