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개헌안 문제와 관련, 연내 처리 유보로 입장을 급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당은 일단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현실적 어려움을 들었다. 이기우 원내대변인은 “국회 내에서 제대로 논의도 못한 채 부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판단을 했다”며 “18대 국회 초반에 책임지고 논의키로 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도 받아들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으로 돌아선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당의 입장 변화에는 한미 FTA 타결 이후의 변화된 정치 여건, 개헌안이 범 여권 통합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개헌 논란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한미 FTA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자는 전략과, 한미 FTA에 이어 개헌안에 대해서까지 범 여권이 찬반으로 갈릴 경우 통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장영달 원내대표가 “한미 FTA 비준과 대선 등 현안이 많으니 대통령이 양보해달라는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밖에 4월 임시국회의 주요 법안 처리문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사학법 재개정, 로스쿨 법안 등 처리 또는 저지를 주도해야 할 우리당에게 이번 국회에 던져질 개헌안은 부담스러운 짐일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먼저 ‘성의’를 보임으로써 법안처리에 있어서 한나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논란이 정국의 중심에서 사라질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앞으로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개헌 문제가 다시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대선주자들이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만큼 권력구조 뿐 아니라 영토 및 경제민주화 조항을 포함한 새로운 헌법의 틀을 공약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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