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통가옥인 사합원(四合院)이 부호들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사합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1일 베이징(北京) 시내 3,028㎡(917평) 규모의 사합원이 1억 1,000만 위안(약 132억원)에 매매됐다고 전하면서 사합원의 치솟는 인기를 다뤘다. ㎡당 3만6,324위안(약 43만원)으로 책정된 이번 매매는 베이징에서 거래된 사합원 중 최고가였다.
사합원이란 가운데 사각형의 마당(정원)을 두고, 사방에 건물을 지은 ‘ㅁ자’형 주거 양식으로, 한(漢)대 이후 중국인들의 전통 가옥으로 자리잡아 왔다.
이번에 팔린 사합원은 베이징 시청(西城)구 관광 지역인 호우하이(後海) 호수에 바로 접해있는데, 인근에는 사합원들이 밀집한 전통 골목인 후통(胡同)이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자들이 아파트에 싫증 내고 이제는 사합원을 선호하고 있다”며 “사합원의 희소성 때문에 사합원 선호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호들은 사합원을 사들인 뒤 외양은 보존하지만 내부를 현대식으로 완전히 개조해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도심 재개발로 인해 대부분의 사합원과 후통이 철거돼 아파트나 빌딩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3,000여채의 사합원만이 남아있다.
한 부동산 업자는 “위치가 좋은 자금성 또는 호후하이 인근 사합원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사합원은 300~500㎡ 규모이며, 이들 주택의 거래가격은 3,000만~5,000만위안(36억~60억원)정도이다. 2,000㎡ 이상 대형 사합원은 워낙 희귀해 부르는 게 값이다.
여기에 외국 기업이나 부호들도 사합원 매매에 동참하면서 사합원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호주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2005년 징산(景山)구의 한 사합원을 3,000만위안에 구입한 바 있다.
홍콩의 내로라하는 재벌들도 사합원 한 채 정도는 갖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10월 사유재산 보호법인 물권법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사합원 매입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귀뜸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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