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영광의 메달을 사주세요.”
중국에서 ‘아시아의 대역사(大力士)’로 불린 역도 금메달리스트 쩌우춘란(鄒春蘭)이 때밀이를 한다는 소식에 이어 이번엔 최고의 여자 마라토너이던 아이둥메이(艾冬梅ㆍ26)가 그간 받은 메달들을 팔아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신랑왕, 써우후 등 인터넷 뉴스 사이트와 중앙TV 등 현지 언론들이 소개한 사연에 따르면 1999년 베이징 국제마라톤 여자부에서 우승하는 등 16개의 국내외 대회를 석권한 아이둥메이가 최근 생활고를 겪다 못해 자신의 메달들을 팔러 나섰다.
불의의 부상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접은 채 2003년 은퇴한 아이는 같은 팀 선배인 왕치하이(王啓海)와 결혼해 두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애초 그는 정부의 포상금과 각계에서 받은 후원금으로 그런대로 넉넉한 형편이었으나 운동에 전념,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그를 상대로 한 사기에 걸려 모든 재산을 날렸다.
할 수 없이 아이는 옷 노점상, 남편도 팝콘 행상에 나섰지만 벌이가 시원찮았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관계로 비싼 물가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현역 시절 각종 대회에서 받은 20여개의 메달. 돈이 되겠다고 판단해 베이징 변두리의 퉁저우(通州) 시장에 들고 나갔다.
금메달에는 비교적 고가인 1,000위안(약 12만5,000원)을, 은메달 경우 500~300위안, 동메달은 100위안의 가격을 매겼지만 잘 팔리지 않아 아이의 시름을 더 깊게 했다. 다행히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산다는 독지가가 10만 위안(약 1,250만원)에 금메달 16개를 모두 사겠다고 전화로 타진해와 기대를 걸고 있다.
이정흔 스포츠한국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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