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증손녀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카타리나 바그너(29)와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42)이 함께 한국에 왔다.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 을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파르지팔>
예술의전당은 개관 20주년인 내년 4월 13, 16, 19일 오페라극장에서 <파르지팔> 의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프로덕션을 공연한다. 바그너의 손자인 볼프강 바그너가 연출한 1989년 프로덕션으로, 서울 공연은 그의 딸 카타리나가 재연출한다. 파르지팔>
주역 그루네만츠 역에 연광철이 캐스팅된 것을 비롯해 바리톤 사무엘 윤(암포르타스), 테너 김재형(파르지팔)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남자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중세 스페인을 배경으로 성배를 지키는 기사들과 마법사의 얘기를 다룬 <파르지팔> 은 바그너가 죽기 1년 전인 1882년 작곡한 작품으로, 그의 모든 사상과 음악이 집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휴식 시간을 포함, 5시간이 걸리는 대작이다. 파르지팔>
공연을 1년 앞두고 예술의전당과의 계약을 위해 내한한 카타리나 바그너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파르지팔> 은 사랑, 증오, 권력, 구원 등 인류 보편적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로 형태의 무대를 통해 구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등 여러 문화권에 맞도록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파르지팔>
또 증조할아버지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에 대해 “음악성을 물려받았다고는 생각하지만 집안 배경으로만 평가받는 것은 속상하다”고 말했다.
1876년 문을 연 이후 바그너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은 오직 바그너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곳으로, 바그너 팬들에게는 성지와 같다.
매년 여름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매년 이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있는 연광철은 “그루네만츠 역할은 바그너 작품 중 베이스가 맡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다. 언젠가는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기회가 와서 기쁘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자긍심을 줄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베토벤 <장엄미사> 를 공연하고 전날 귀국한 연광철은 올 11월 라 스칼라에서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르디 <레퀴엠> 에 출연하며, 내년에는 한국 뿐 아니라 바이로이트에서도 그루네만츠를 연기한다. 레퀴엠> 장엄미사>
한국의 바그너 팬들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바그너협회 서정원 총무는 “한국에서 <파르지팔> 을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한국 공연 예술계에 획기적 사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르지팔>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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