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국회의 6개 정파 원내 대표들이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하고 개헌 논의를 차기 국회로 넘길 것을 요구했다.
노 대통령이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을 1월에 갑자기 제안한 이후 이를 두고 벌어지던 정치권의 상반된 입장과 논란이 한 방향으로 정리, 합의된 것이다. 차기 국회의 구체적 논의 방식과 절차 문제는 차치하고 현 국회가 총의로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반대하는 선언을 했다는 의미가 크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개헌안 발의를 강행할 뜻을 거듭 밝혔으나 이미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 동안 대통령에 동조하던 열린우리당까지 생각을 돌린 명백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이제 개헌 발의에 대한 집착을 깨끗이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는 각 정파의 요구에 대해 차기 국회의 개헌을 각 당의 당론으로 결정한다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조건을 달고 나섰지만, 쩨쩨하고도 불필요한 처사다.
청와대측은 총선과 대선의 시기 일치를 위해 차기 정부의 임기 단축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청와대가 집착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개헌의 필요성이 공론화한 상태에서 이 문제 역시 다음 개헌 논의로 넘기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전제 조건 삼아 국회 전체의 명시적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오기를 부릴 만한 일이 못 된다고 본다.
실상 각 당의 당론이라는 것도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공약 제시와 논쟁을 통해 형성되고 약속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국민은 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고 선택하면 된다. 나름대로의 신념이 담긴 제안을 철회하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원하고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면 권위나 체면의 손상, 또는 레임 덕을 의식하는 허세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지지세력의 반대를 국익 차원에서 정면 돌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정신이나 이치와 마찬가지다.
임기 말 민생과 국정에 전념하기만도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숱하다. 한미 FTA의 성공을 위해 집중하는 일만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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