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재정경제부의 '자본시장통합법안'(자통법안)에 대해 10일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천명하고 나서 국회의 법안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이날 서둘러 기자간담회를 요청해 이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은 지급결제를 포함한 금융시스템 안전성을 최종 책임져야 하는 중앙은행의 의견이 입법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재경부가 이 법안을 만들 때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명의로 허용 반대 입장을 전달했으나, 정부는 한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사실상 한은의 의견을 묵살했다.
현재 국회 재경위에는 '재경부 안'과,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조항을 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안' 이 동시에 상정돼 있다. 재경위는 12일 이 법안들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은행과 증권사 측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한은은 우선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증권사에까지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면 금융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이러한 위험 때문에 세계적으로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일본의 경우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캐나다는 허용했으나 결제망 참가비용을 높게 책정해 참가한 증권사가 하나도 없다"고 소개했다.
한은 또 증권사 고객예탁금 계좌가 은행예금 계좌와 유사해지면 증권업과 은행업을 갈라놓은 분업체제의 근간이 무너져 금융산업이 전면 재편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재현 금융결제국장은 "재경부의 자통법안은 결국 증권사를 지급준비율 규제 안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지급준비율 제도 자체를 폐지하느냐 하는 금융산업 전반의 원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라며 신중한 입법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
합, 새마을 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이 하고 있는 방식을 증권사에 적용하려는 것"이라며 "금융투자자의 편익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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