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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中대표작가 위화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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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中대표작가 위화 만나

입력
2007.04.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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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에서 인기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제1회 한중작가회의 둘째 날인 10일 소설가 공지영(44)씨가 중국의 대표 작가 위화(余華ㆍ47)를 만났다.

위화는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 매혈기> 등 그가 쓴 책 다섯 권이 한글로 번역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다. 두 사람은 2000년 위화가 성공회대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친분을 맺었다. 공씨는 <살아간다는 것> 의 국내 번역본을 윤문하기도 했다.

▦공지영(공)=7년 전 처음 봤을 때 당신이 영어를 전혀 못해 대화하기 힘들었다.

▦위화(위)=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시절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나와 동년배 작가들도 대개 영어에 서툴다.

▦공= <살아간다는 것> 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 나와 비슷한 세대인데 이렇게 경험이 다르구나 싶었다. 어떤 계기로 작품을 쓰게 됐나.

▦위= 중국 혁명, 대약진, 문혁 등 불안한 세월을 견딘 사람의 운명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처음엔 방관자적 입장인 3인칭 시점으로 쓰려 했는데 도저히 못 쓰겠더라. 그래서 1인칭으로 바꿨다. 덕분에 주인공을 단순히 고통받는 자가 아닌,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입체적 인물로 그릴 수 있었다. 어떤 인생이든 나름의 기쁨은 있기 마련이니까.

▦공= 거의 10년 만에 소설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공백기가 길었는데.

▦위= 재작년 <형제> 라는 장편을 냈다. 한국에서도 곧 출간될 것이다. 10년 간 산문이나 채 완성 못한 소설을 쓰며 지냈다. 인터넷 문화가 만개한 시대에 문학이 생산하는 픽션의 세계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침묵기를 거쳐 낸 결론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다.(웃음)

▦공= 나도 비슷한 고민으로 한동안 작품을 못 냈다. <형제> 에서 독특한 창작 기법을 선뵀다는 얘기를 들었다.

▦위= 직접 읽어보고 확인하시라. 소설을 쓸 때는 늘 과거 작품을 잊고 새로운 표현기법을 추구한다. 설령 형식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생기더라도 그렇게 해야 작품의 생명력이 강해진다. 이것을 축구에 비유하고 싶다. 축구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동작이 아니라 골을 넣는 일이다.

▦공= 단문 위주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한다는 점에서 내 소설과 비슷하다.

▦위= 여전히 중국 문단을 지배하는 모더니즘 사조에서 이미 벗어났다고 자부한다. 형식주의에 구애받을 경우 작가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나는 외국 소설을 읽을 때 경향보다는 이야기, 인물 묘사에 집중한다. 자서전이나 평전에서 새로운 서술 방식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공= 치과의사 생활을 5년 동안 하다가 작가가 됐다고 들었다. 계기가 있었나.

▦위= 그냥 병원 일이 재미 없었다.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운이 좋아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인정받았기 때문에 내면의 격정을 잃지 않고 계속 작품을 쓸 수 있었다. 만약 초기 작품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창작 동력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사회의 역동성이 나를 만든 측면도 있다. 문혁의 비인간성이 현재와 같은 물신주의로 변화하는데 단 4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 초판을 50만부나 찍는다는 게 사실인가. 대체 얼마나 많이 팔리기에.

▦위= 사실이긴 한데 중국은 한국보다 책 값이 싸다.(웃음) 공급이 풍부하지 않으면 금세 해적판이 돌기 때문에 충분히 찍는 측면도 있다. <살아간다는 것> 은 100만 부 가량 팔렸다. <형제> 는 70만~80만 부 정도이고.

▦공= 다음 달에 한국에 온다고 들었다.

▦위= 창작과비평사 초청으로 연세대, 서강대에서 강연 한다. 주제는 ‘문학의 상상력’이다. 중국 고전 중에 <수신기(搜神記)> 가 있다. 이 작품에 따르면 비는 신선이 지상에 내려오는 것, 바람은 도로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란다. 비ㆍ바람이란 현실을 신선의 강림ㆍ승천이란 상상력과 결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문학의 전범이다.

▦공= 내가 선물한 나전칠기 필통은 맘에 드나.

▦위= 아주 아름다운 필통이라 아까워서 못쓰겠다. 어디 고이 모셔둬야지. 다음 달 방한 때 답례를 기대하라.

상하이=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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