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내복남과 몸뻬남, 인사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정상인입니다.” 인터뷰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 들려온 첫 마디다. 황당한 인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복과 몸뻬 바지에, 앞 가슴에는 ‘내복남’과 ‘몸빼남’이라고 새겨진 쫄티를 입고 있었다.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이 탄생 시킨 최고의 스타 내복남(백두현ㆍ24)과 몸뻬남(김경학ㆍ23). 개그맨 지망생인 이들이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여름. 백씨가 한 TV 광고를 익살스럽게 재구성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재미 삼아 광고를 흉내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입소문을 타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포털사이트에 백씨의 동영상이 게재됐고, 홈페이지 방문객은 갈수록 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올렸던 동영상이 이런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동영상을 제작한 백씨의 설명이다.
이후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UCC를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것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일약 ‘UCC의 깜짝 스타’가 됐다. 이들이 직접 제작한 UCC인 <영재교육 프로젝트> , <뽁빼 소리질러> , <약속을 지켰습니다(국회의사당)> , <무안한 도전> 등의 작품들은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무안한> 약속을> 뽁빼> 영재교육>
특히 <영재교육 프로젝트> 는 지난해 연말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www.pandora.tv)가 주최한 ‘2006 동영상 UCC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한 편(4~5분 분량)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2~3일이 소요되는데 지금까지 총 70여 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영재교육>
이들도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로 마음 고생이 있었다. 백씨는 “작품 촬영을 위해 매일같이 내복만 입고 집안을 들락거렸으니 부모님이 반대하실 만했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복만을 입고 다녀서인지, 집안에 봄 여름 가을 옷은 거의 없고 온통 겨울 옷뿐이다. 그래도 지금 그들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다름아닌 부모님이다. “작품에 대해 조언뿐만 아니라 제작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지원해 주십니다.” 백씨는 달라진 부모님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판도라TV에서 주 1회 고정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기업광고와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여기저기서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보다 수입이 늘었지만 여유롭지는 못하다.
김씨는 “우리가 지금까지 광고 형태로 제작한 작품의 90% 이상은 아직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 제작을 멈출 수는 없다. 누군가 이들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원래 돈을 보고 작품을 제작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저희 작품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찾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