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기 한참 전부터, 마음 속에서는 벌써 '4월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김순애 작곡, 박목월 작사의 이 가곡은 선율과 노랫말이 모두 싱그러운 봄날처럼 아름답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낭만과 동경이 씨줄날줄처럼 수 놓아져 있는 이 노래를 열심히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도 그립다.
▦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는 대목은 특히 4월에 어울릴 듯하다. 지난 주 강원 양양에서 7,000년 전 식물의 뿌리가 싹을 틔웠다는 보도가 있었다. 예맥문화재 연구원이 신석기 유적을 발굴하던 중 일어난 사건이었다.
잔뿌리가 많이 붙은 채 나온, 지름 2㎝의 둥근 뿌리를 수습해 증류수에 담가 보관하던 중 싹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수천 년 만에 부스스 잠에서 깬 이 뿌리를 두고 학자들 간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럴 리가 없다", "사실인데 어쩌냐" 하는 주장들로 수다스러운 것이다.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 20년 전, 일본 언론은 100만년 만에 싹 튼 보리를 흥분해서 보도한 적이 있다. 일본의 한 과학연구소가 매머드의 위 속에서 수습된 보리 세 톨을 정성껏 키웠더니, 모두 잘 자라 열매를 맺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그 매머드 시체는 시베리아의 얼음 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됐는데, 해부해 보니 위에서 많은 보리가 나왔다.
일본이 그 중 세 톨을 얻어와 키운 결과 열매까지 맺게 됐다는 것이다. 매머드는 홍적세 중기부터 후기에 걸친 빙하기에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누볐다. 홍적세는 200만년 전부터 약 1만년 전까지를 말한다.
▦ 양양의 신석기 시대 식물 기사가 보도된 지난 식목일, 낙산사 기사도 실렸다. 2년 전 산불로 잿더미가 되었던 그 곳에서 다시 초록빛을 피워내고 있는 몇 그루 소나무들의 사진이 눈부셨다. 비닐을 감아 수분 증발을 막고 꾸준히 영양제를 투입해온 관계자들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생명의 씨앗은 때로 까마득한 침묵의 세월을 건너 뛰어 새로운 꽃으로 피어난다. 기독교 부활절도 들어 있는 4월에는 생명 현상이 한층 신비롭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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