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9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안 발의에 즈음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서는 이미 방송을 통해 수 차례 이야기를 했다”며 “우리는 노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 연설을 국회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확고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연설은 개헌 타당성을 강요하는 것일 텐데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에 대한 의견표명은 대통령이 문서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서로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박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거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헌법 81조에도 불구하고, 문서는 되고 연설은 안 된다는 발상을 하는 한나라당은 초헌법적 기관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2003년과 2005년 정치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국회 예우 및 존중 차원에서 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대통령 비서실이 국회의장실에 연설을 요청해 일정을 협의 중이고,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설을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원내 공보부대표도 “국가원수의 국회 연설까지 막는 것은 세계 의회사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헌법 상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할 수 있으나, 문제는 연설여부를 국회 원내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결정해왔다는 데 있다. 4월 임시국회의 의사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어 노 대통령이 연설을 하려면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데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굳이 노 대통령이 연설을 하려 한다면 한나라당도 여론 등을 감안할 때 끝까지 막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 공보부대표는 “그 경우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전원 본회의장에서 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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