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에서도 세계 석유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거대 자원 카르텔이 탄생할 수 있을까. 카타르 도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천연가스 수출국의 첫 장관급 회담인 ‘가스수출국포럼’(GECF)이 10일까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수입국은 벌써부터 가스 생산량과 가격을 조절하는 카르텔이 현실화해 생산자가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스 OPEC’은 그럴싸한 발상이지만 석유처럼 ‘가스 무기화’로 이어지려면 아직 멀고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포럼에는 러시아 이란 카타르 이라크 알제리 등 14개국이 참가했다. 이들 나라의 가스는 전세계 생산량의 42%, 매장량의 70%에 이른다. 중남미 반미의 선봉으로 떠오른 베네수엘라가 적극적으로 가스 OPEC 창설을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김이 빠진 것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러시아가 반대 입장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스 OPEC 결성은 흥미로운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여 천연가스 카르텔 구성이 구체화하는 듯 했지만 최근 완전히 돌아섰다. 빅토르 흐리스텐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이번 포럼에서 가스 OPEC 창설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을 부인하며 “러시아는 가스 카르텔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때 가스 OPEC 창설에 적극적이었던 세계 제2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이란도 애매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카젬 바지리 하메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번 포럼이 그 방향(가스 OPEC 창설)으로 간다면 이는 가스 생산국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이란 OPEC 대표는 이란 메흐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포럼은 가스 OPEC 창설보다 가스의 안정적 공급이 목표”라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만 GECF는 시장의 천연가스 가격동향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적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가스 OPEC이 무산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천연가스 특성상 가스 OPEC이 결성되더라도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캅 켈릴 알제리 에너지 장관이 “모든 천연가스 계약이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에 묶여있어 독자적인 가격 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가스는 석유와 달리 수송 문제 등의 한계 때문에 지역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가스 OPEC 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 생산국들의 이해가 상충되는 점도 가스 OPEC 결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예로 포럼의 핵심 멤버인 카타르의 경우 엑슨모빌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여서 포럼의 또 다른 주축인 이란과 마찰을 빚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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