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서나 열정이 있는 연구자들과 협력하는 것이 건국대 ‘글로벌 랩(국제 실험실)’의 목표입니다. 아주 시기적절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성공을 확신합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콘버그(60)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9일 오명 건국대 총장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특별강연을 하는 등 건국대 석학교수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방한 전 이메일을 통해 미리 만난 콘버그 교수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기초과학의 벽돌을 쌓아나가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
콘버그 교수는 “오 총장의 열정과 아이디어는 아주 매력적”이라며 “(제자인) 건국대 강린우 교수와 함께 매일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며 단백질 구조와 유전자 제어 분야를 공동 연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콘버그 교수는 ‘RNA의 해’였던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DNA가 어떻게 RNA로 전사(傳寫)되는지를 연구했다. 그의 천재성은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로 빛을 발했다. 25년간 효모의 ‘RNA 폴리머라제’라는 단백질의 구조 규명에 매달렸는데 그가 처음 연구하던 시절에는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들어 X선을 쪼이는 기술 자체가 없었다. 그 자신도 “힘든 시간이 많았고 일의 진행이 느릴 때는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은 장애가 극복되고 끝내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했고 계속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비결은 자기 확신과 끈기뿐이었다.
RNA 폴리머라제를 통한 DNA 전사 연구는 똑 같은 염색체 세트를 모두 가진 뇌 신경세포, 혈액, 근육세포 등이 어떻게 각각 필요한 유전자들만 기능하도록 하는가를 밝혀내는 첫 단추이다. 콘버그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의 연구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어떤 세포든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라며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데에도 DNA 전사가 첫 단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콘버그 교수는 48년 전 아버지 아서 콘버그의 노벨상 수상을 지켜 본, 부자 수상자로도 유명하다. 100번도 넘게 들었을, 아버지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 콘버그 교수는 다소 지친듯 “아버지와 나의 연구분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는다”며 “너무 뛰어난 부모를 둔 자식이 부담감을 갖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생화학자 부모의 영향은 적지 않았다. 콘버그 교수는 “과학은 저녁 식사 자리의 대화 주제였고, 주말 여가의 하나였다. 부모님은 어떻게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문제에 접근하는지를 예를 들어 가르쳤다”고 다른 언론보도에서 말해왔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 콘버그 교수는 “과학자도 인간이기에 이런 일은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며 한국 과학계가 겪는 성장통이라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학의 특징은 자기 검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오류 수정을 통해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엔 노벨상을 탈 만한 과학자들이 많다”며 “한국은 응용과 개발에만 연연하지 말고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 모험적인 사업을 보다 확대하라”고 강조했다.
콘버그 교수는 11일 오후 2시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전국 우수 고교생 대상 강연을 갖고 돌아간다.
글=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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