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전 동구 용운동 용운침례교회의 가건물 2층 ‘보배학교’.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40명이 2개 반으로 나뉘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 판암동 영구임대아파트의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편부모 가정의 어린이들이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4~8시 이곳에서 교사 3명의 도움을 받으며 숙제와 공부를 하고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있다.
보배학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희망의 무지개를 띄우자!’는 대전시의 ‘무지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선택, 복지투자를 집중함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자활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박성효 대전시장의 야심찬 ‘희망기획’이다.
첫 대상지는 대전 최대의 영구임대아파트(2,415세대)인 동구 판암2동 주공 4단지. 판암2동은 10년 전 2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1만4,000여명으로 크게 줄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는 700여세대에서 1,500여세대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낮에도 소주병을 들고 비틀거리는 사람들, 움직일 힘도 없는 듯 주저앉은 독거노인들, 바깥출입이 두려운 듯 문을 걸어 잠근 새터민 등으로 가득찬 4단지의 표정은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4단지에도 봄의 새싹처럼 조금씩 활기가 솟아나고 있다. 시는 복지, 건축, 교통, 교육, 문화예술 등 모든 부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팀을 구성, 내년까지 29개 사업에 234억여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추진 중이다.
단지 내 생명종합사회복지관에는 8,000만원을 들여 온돌난방의 공부방이 생겼다.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도 배울 수 있다. 새터민 컴퓨터 교육실도 운영되고 있다.
주민과 학생들의 꿈이었던 ‘무지개도서관’도 지상 5층 규모로 올해 착공된다. 야근하는 부모를 위해 아동보육시설도 24시간 운영체제로 확대될 예정이다.
자활프로그램도 다채롭다. 4월부터 인근 중학교에 조리사자격증 교육장이 개설돼 교육을 마친 주민은 학교 급식원으로 취업할 수 있다. 알코올상담센터의 단주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 공동작업장도 곧 세워질 예정이다.
새터민 30여명은 ‘푸른하늘’봉사단을 만들어 활동에 나섰다. 한 새터민은 “도움을 받기만 하다 남을 돕게 돼 기쁘다”며 “새터민의 사회적응에는 봉사활동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박성효 대전시장
"사회 양극화 극복이 건강한 공동체 지름길"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지원이 필수입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올해 대전시의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4,303억원으로 지난해 3,442억원에 비해 25% 증액됐다"며 "주민복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국 자치단체 최초의 저소득층 밀집지역 재생 프로그램인 '무지개 프로젝트'를 꼭 성공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시는 1차로 진행 중인 판암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이어 이 달 중 2차 대상지를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특히 교육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학생수가 감소하는 원도심의 학교에 소규모 도서관과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교육청과 공동으로 펴고 있다.
박 시장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무지개를 띄우는 것은 결국 우리 지역 전체를 밝고 살기 좋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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