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배재대 관계자들은 중국 산둥(山東)지방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학은 중국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어교육센터 22곳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온 뒤 언어연수를 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체계적 투자다.
그러나 교육을 마친 학생 수십 명은 갑자기 다른 A 대학으로 행선지를 바꿔버렸다. A 대학이 등록금을 70% 할인해준다는 조건으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을 빼돌린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유학생이 지난해말 3만2,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내년도에는 4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아시아 전역에 불고 있는 유학 붐에다, 한류(韓流)의 영향 및 각 대학의 활발한 유치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정부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방안’(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을 내놓은 뒤 “2010년까지 유학생 5만 명을 유치해 동북아 지식허브로 도약하고 40억 달러가 넘는 유학수지 적자를 극복한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외화내빈(外華內貧) 현상이 뚜렷하다. 수준이 미달하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지나치게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할인 등 방법으로 덤핑 유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상당수 대학들은 중국 학생들에 대해 70% 학비를 할인하고 있으며, 이 경우 300명 이상의 학생을 유치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으나 100명을 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중국 칭타오(靑島)의 사립 B대학은 한국의 5개 지방대학 및 전문대와 동시에 교류협정을 맺고 4년제 대학로부터는 3,000 만원 전문대는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2년간의 기초과정 수학 후 한국에서 1~2년간 심화과정을 거치는 이른바 2+1(2) 방식의 학생공급계약을 맺었다. 한국의 대학들은 골고루 100명 안팎의 학생들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적자 투자를 면치 못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유학ㆍ연수 수지 현황을 재분석한 결과, 외국 유학생 한 사람이 1년간 우리나라에 와서 사용한 금액(유학 연수 1인당 수입)은 2005년 453달러, 2006년 860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이 같은 액수는 2003년 1,201달러 2004년 944달러보다 도리어 줄어든 것이어서 사실상 교육의 출혈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해외에서 한국인 유학생(19만364명)의 1인 당 지출이 2만3,417달러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정부 구호의 허무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더욱이 이 같은 덤핑바람이 가져온 ‘싸구려 이미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유학생 시장을 개척해온 선발 대학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의 유학생 모집광고에서 일본 유학은 “대도시 취학 가능” 한국은 “등록금 50~70% 할인”이 상투 문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정부가 전체 숫자의 증가에만 매달릴 뿐, 전략 마인드를 갖추지 못해 대학간의 교통정리나 옥석 가리기 등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올해부터 대학 입학자 정원과 지망자 수가 일치하는 ‘전인(全人) 대입 시대’에 돌입했는데도 질 위주의 유치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학생지원과 유학생 교류팀 모리지로(森 次郞)과장은 “아시아의 유학생 유치 경쟁은 전쟁상황과 같다”면서 “그러나 대학이 돈 때문에 학생을 모집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도리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자비 유학생에 대한 등록금 할인을 정부가 30%까지 보전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대학의 수준에 따라 차별화함으로써 우수학생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에디슨 고 소장은 “현재 7만9,000명의 유학생 수를 2010년까지 15만 명으로 배가할 계획”이라면서 “목표 달성은 오로지 교육의 품질관리로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포대학 안정근 국제교육원장은 “중국에 4년제 대학 설립 붐이 일고 있어 4,5년 후에도 중국인 유학생 행렬이 이어질지 의문”면서 “당장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동안 성과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유승우기자 swyoo@hk.co.kr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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