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 사장의 출근시간은 새벽 5시 전후. 그가 사무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홈피(www.jsnam.pe.kr)에 접속하는 것이다. 지인들이든, 임직원들이든, 혹은 고객들이든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다.
남 사장은 “홈페이지를 통한 다양한 네티즌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그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남 사장의 홈피에 있는 ‘거선지’라는 메뉴에 들어가면 경영철학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홈피’가 새로운 경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CEO들이 임직원들과 자유롭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개인 홈페이지를 중요 매체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바야흐로 ‘홈피경영’시대가 열린 것이다.
홈피경영의 장점은 자유로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CEO들에게 좀 더 솔직하고 가감 없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CEO 역시 경영철학이나 활동내역은 물론 가족사와 세세한 신변이야기까지 적어놓음으로써, 홈피를 통해 좀 더 인간적이고 진솔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때문에 직원들과 대화가 더욱 필요한 CEO들에겐 홈피경영이 아주 효율적이란 평가다. ‘사이버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홈피(www.hyundaigroup.com/ceo)를 통해 특유의 호소력있는 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 회장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대북 사업관 등을 포함한 그룹 현안에 대한 경영정보를 전달한다. 또 홈피를 임직원들과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및 진로에 대한 의사소통 통로로 이용한다.
현대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는 홈피를 통해 회장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의 경영방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직원들 반응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홈피는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추모사이트를 연결, 고인들의 생전 경영철학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의 홈피(www.younghohur.pe.kr)에는 회사에 대한 높은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경영에 관한 그의 경영철학과 발자취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CEO 스토리’ 메뉴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고객을 중심으로 한 목표지향 경영을 최우선시 한다는 허 사장의 의중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또 ‘방문일지’에 신입사원에서부터 협력사 직원들이 남긴 건의 사항들은 회사 경영에 적극 반영된다. 그는 “홈피를 이용한 고객,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고객 지향적인 LG이노텍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사이월드 회사의 사장답게 미니홈피(www.cyworld.nate.com/nateplus)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미니홈피 제목은 ‘놀이터 같은 일터.’즐겁고 열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유 사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유 사장은 자신의 미니홈피를 둘러보는데 매일 30분씩 할애한다.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민을 이해하며, 이들을 통해 미래 사업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철학을 담은 ‘페이퍼’ 메뉴를 통해 직원들에게 그의 진솔한 경영 이야기도 전한다.
그의 홈피에 있는 ‘비밀 방명록’은 직원과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CEO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회사의 응집력은 CEO와 임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밀도에 의해 좌우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 점에서 홈피경영은 사내 분위기 개선과 사기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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