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성과로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인정 가능성을 꼽지만 ‘노동기준’ 때문에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산지분과와 노동분과 협상팀 사이에 정보 교환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전략 부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미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일정 기준을 갖추면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인정키로 한 만큼 개성공단 제품은 특혜관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현재의 협상 결과대로라면 이는 정부의 바람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양국은 OPZ 인정 요건으로 △한반도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ㆍ노동기준 및 관행 등에 합의했는데 양국의 노동분과 합의에는 개성공단의 노동기준이 한국 전체에 적용되는 수준에서 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으로 돼 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에 따르면 양국은 노동분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조건을 적용하되 무역ㆍ투자 촉진을 위해 노동조건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 노동3권과 최저임금ㆍ근로시간 보장 등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경제특구에서도 이를 완화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협상팀 관계자는 “개성공단에도 합의된 노동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만 하더라도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평균 67달러임을 감안하면 한미 FTA를 통한 원산지 인정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국회 한미FTA특위에서 우리당 김태년,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더욱이 노동분과 협상팀 관계자는 “원산지분과에서 노동기준을 적용키로 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협상팀 내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지난해 3월 20일자 외교통상부 공문(미측 공청회 논의 결과 요약), 6월8일자 주미 한국대사관의 3급 비밀공문(미국 경제연구소 보고서 요약)에 미측이 노동기준을 중시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대비가 없었던 셈이다.
협상 체결 후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OPZ 선정 조건은 협정문에 명시된 것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제이 레코프위츠 미 대북인권특사가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의 일당이 2달러도 안 된다”며 인권문제를 제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결국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이번 협상을 통해 가능성이 열렸다기보다 미국의 정치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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