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역사문제와 한일관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역사문제와 한일관계

입력
2007.04.08 23:36
0 0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11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양국이 미묘한 긴장과 흥분에 빠져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9년 만에, 주룽지(朱鎔基) 총리 이후 7년 만에 재개된 중국 정상의 방일을 통해 중일 관계를 개선ㆍ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양측 모두에게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반면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걱정의 소리가 많다. 과거사문제 등으로 정상간의 방문 회담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 핵ㆍ미사일과 납치문제 등을 둘러싸고 으르렁대고 있으니 그런 우려가 나올 만하다. 최근에는 과거사를 왜곡ㆍ축소하려는 일본 정치가들의 도발적 언행까지 겹쳐서 감정이 더욱 상한 상태이기도 하다.

●엇갈리는 中日, 韓日기류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다. 객관적으로 현재의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단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방과 일본의 패망이 겹친 전후의 양국 관계사는 민족주의가 덧칠한 증오와 불신의 감정이 지배했다. 이런 두 나라가 서로를 필요한 이웃으로 인정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한국에 대한 일본측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한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그렇게 싹 튼 새로운 한일관계가 10년, 20년, 30년 후의 결실을 위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단계이다. 두 나라는 함께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더욱 피부로 체감하게 됐고, 이를 위해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로까지 성장한 상태이다.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와는 동떨어진 일본 지도자들의 형편 없는 역사인식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종일 전 일본대사는 재임 중 “일본은 과거를 적절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일본인은 성실하고, 장점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비극적 ‘역사정리 결핍증’이라는 병 때문에 스스로의 품격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전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일본의 극우세력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ㆍ축소하더라도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 지도자들의 어이없는 행태는 내부적 한풀이 정도로 받아 들이면 되지 않을까.

상대방에 대한 불필요한 흥분과 과도한 비판보다는 우리도 고칠 것은 고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문제로 상징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하에서 실질적 한일관계가 오히려 발전한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역사의 굴곡이 많은 한국과 일본이 억지로 친해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고, 두 나라의 운명이라면 하루빨리 인정하고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이 옳다. 지금은 양국이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한 전환기에 서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