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크기의 엔진 소음이 온몸을 마비시킨다. 사격장의 총소리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 시속 300㎞가 넘는 경주용 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속도를 제대로 잡아내기 힘들다.
1위로 결승선에 골인한 레이싱의 영웅 페르난도 알론소(맥라렌ㆍ스페인)를 향한 박수 갈채는 섭씨 37도의 찌는 더위가 무색할 정도.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열린 2007 포뮬러원(F1) 그랑프리 2라운드 대회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4월 첫째 주말을 맞은 말레이시아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F1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대회 마지막날인 8일 세팡 서킷에 운집한 관중은 무려 15만 여명. 티켓 가격도 나무그늘 하나 없이 트랙 주변의 잔디 언덕에서 관전해야 하는 입석(14달러)에서부터 500달러(한화 약 50만원)를 웃도는 그랜드 스탠드석까지 다양하다.
본선이 열리는 대회 마지막 날 암표 가격은 물론 이보다 훨씬 높다. 유료 입장관중 15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6만 2,000여장이 외국인에게 팔리면서 F1으로 유발된 관광 효과에 말레이시아 전체가 미소 짓고 있다.
비싼 티켓 값을 받는 만큼 지구촌 최대의 자동차 경주에 쏟아 붓는 자본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경주용 자동차 1대에 투입되는 비용은 100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경기장 구석구석에 자신들이 후원사임을 알리기 위해 광고로 도배를 했다.
그렇다면 2010년 전남 영암군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 F1대회는 말레이시아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대회에 참가한 'AT&T윌리엄스팀'의 기술 고문인 샘 마이클(36ㆍ호주)씨는 "브라질과 중국, 일본 등에서도 처음에는 F1이 유럽처럼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지금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하면 F1의 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시즌부터 르노에서 맥라렌으로 소속을 옮긴 알론소는 2라운드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 종합 3연패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세팡(말레이시아)=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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