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이 “지지부진한 범여권 통합의 물꼬를 트겠다”며 ‘신당 깃발’을 내걸었다. 하지만 오히려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신당모임이 그동안 정당을 만들지 않았던 것은 통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정당을 만들면 당 대표 등 당권세력이 형성돼 주도권 싸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당의 정강ㆍ정책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은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신당모임이 범여권 통합의 가교를 자처할 수 있었던 것도 정당의 기득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신당모임이 입장을 바꾼 데는 “자칫 통합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 한 의원은 “3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우리당에 이어 민주당마저 문을 걸어 잠갔다”며 “통합 가능한 세력만이라도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상천 전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통합 논의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다음달 15일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점도 창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전병헌 의원은 “처음부터 근사한 생일밥상을 차리려고 하면 끼니를 거를 수 있으니까 일단 밥상을 차리고 반찬 수를 늘리자는 것”이라며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과 통합교섭단체를 먼저 구성하는 방안을 투 트랙(Two_track)으로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당 창당으로 범여권은 당분간 우리당 민주당 신당이 각개 약진하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신당모임 이강래 의원은 “지금 당을 시작하면 이대로 마무리될 확률이 높다. 관성 때문에 허물고 새집을 짓는 게 힘들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당 우상호 의원도 “독립 신당을 만들면 분열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학계 법조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 180여명은 8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권이 하루빨리 중도개혁세력 통합신당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고건 전 총리를 지지했던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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