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 / 학민사32년 세월이 걸린 원혼들의 명예 회복
1975년 4월 9일 오전 6시, 이른바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비상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도예종 서도원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송상진 우홍선 여정남 8명에게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지 불과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제네바의 국제법학자협회는 이 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32년이 지난 올해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8명에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살인 1975년 4월의 학살> 은 2001년에 나온 인혁당 사건에 관한 최초의 자료집이다. “기나긴 세월 동안 말해서는 안되는 금기로 여겨졌던”(김수환 추기경)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천주교인권위원회가 1998년부터 유족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였다. 책이 나온 이듬해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을 ‘고문에 의한 조작’으로 발표했고, 그 해 12월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했다. 사법살인>
책은 김지하 이철 유인태 등 사건 연루자들 및 당시 외신 기자, 서울구치소 교도관 등의 증언과 함께 사건 배경에 대한 서중석 한승헌 등의 분석을 담았다. 박형규 목사는 서문에서 “인혁당 문제는 양심의 문제이다.
인간이 양심을 버릴 수 없는 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나, 그들을 조사하고 기소하고 판결한 사람들, ‘죽이지 말라’고 소리도 못 지른 사람들, 또는 소리만 지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무관심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쓰디쓴 참회의 술잔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썼다. 우리는 진정 그 술잔을 마셨는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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