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아동도서 - 공장일꾼이 아니야… 곰이라고요, 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아동도서 - 공장일꾼이 아니야… 곰이라고요, 곰!

입력
2007.04.06 23:35
0 0

프랭크 태슐린 지음ㆍ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발행ㆍ64쪽ㆍ7,500원

겨울이 왔다. 기러기가 남쪽 하늘로 날아가고 낙엽이 쌓이자 숲에 사는 곰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겨울잠을 깨어보니 숲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곰은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한 가운데 서 있다.

“내가 왜 여기 있지?”라며 어리둥절하는 곰. 그러나 공장 감독, 인사과장, 사장, 심지어 서커스단의 곰들까지 그를 공장 일꾼으로 몰아붙인다.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도 누구 하나 곰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숲의 파괴를 고발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설파하는 환경동화로 읽힌다. 그러나 메시지는 좀 더 복잡하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듯, 톱니바퀴 같은 조직에서는 그 구성원이 조작된 진실에 쉽게 세뇌된다. 곰은 매스미디어로 조작된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현대사회의 무력한 개인을 은유한다.

그러고 보니 반복되는 거짓에 굴복,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계를 돌리는 곰의 모습은 <모던 타임즈> 에 나온 찰리 채플린의 슬픈 눈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이 선보인 2차 대전 직후의 미국은 전쟁 특수로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다. 그러나 그처럼 난만한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동화 속의 곰처럼 자기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개인들도 늘어갔다.

공장이 폐쇄되자 갈 곳을 찾아 헤매는 곰. 다시 겨울이 오고 눈이 코와 턱을 덮었지만 곰은 “나는 곰이 아니지. 나는 겨울잠을 자면 안되지”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절명의 순간에 불현듯 자연의 품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잠을 청하는 곰의 모습에서 ‘자연은 가장 위대한 잠언’이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프랭크 태슐린(1913~1972)은 1930년대 워너브라더스에서 <포키피그> 시리즈를 그려 만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뒤 LA타임스에서 시사만화를 그렸다. <곰이라고요, 곰!> 은 태슐린이 어린이를 위해 발표한 동화시리즈(곰, 주머니쥐, 바다거북, 세계)의 첫 편이다. 위트 넘치는 등장 인물의 다양한 표정이 만화경 속의 세상을 보는 느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