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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결핵이라고? '그림 속의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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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결핵이라고? '그림 속의 의학'

입력
2007.04.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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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구 지음 / 일조각 발행ㆍ344쪽ㆍ2만3,000원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다. 하지만 호흡기내과 의사인 저자는 아름다운 비너스에게 왼쪽 폐가 망가진 결핵 환자라는 진단을 내린다.

부자연스럽게 처진 왼쪽 어깨가 첫 번째 근거다. 한 쪽 폐에만 결핵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왼쪽 폐가 먼저 망가지기 때문에 왼쪽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처진다. 초점 없는 눈망울과 마른 체형, 창백한 얼굴과 뺨의 홍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비너스의 모델은 20대 초반에 결핵으로 요절한 당시 피렌체 최고의 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책은 이처럼 그림 속에 나타난 의사와 환자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살핀다. 의료 현장을 묘사한 그림, 의사의 초상화, 질병에 걸린 환자를 모델로 한 그림 등이 모두 관찰의 대상이다.

과거의 그림 속에서 이 책은 현재를 읽어낸다.

그로의 <자파의 페스트 환자를 방문한 보나파르트> 는 나폴레옹이 페스트 환자 수용소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기록화다. 하지만 저자는 나폴레옹의 빛나는 얼굴에 자비심이나 동정, 연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나폴레옹이 질병과 환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아울러 때만 되면 소아병원이나 고아원 등을 방문하는 오늘날의 정치인들을 꼬집는다.

의사가 환자 가족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모습을 묘사한 프라 안젤리코의 <팔라디아를 치료하는 성 코스마스와 다미아누스> 를 통해 촌지 관행에 대해 생각해보고, 술의 신 바쿠스의 젊고 팽팽한 모습과 병든 모습을 그린 카라바조의 그림 앞에서는 알코올의 폐해를 짚어본다.

리고의 <루이 14세의 초상> 은 화려한 옷차림을 한 루이 14세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담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 속 루이 14세는 윗니가 모두 빠진 합죽이 상태다. 냄새 나는 치아가 만병의 원인이므로 건강할 때 치아를 모두 뽑는 것이 좋다는 돌팔이 의사들의 충고가 빚은 결과다.

교통사고로 온 몸에 철심을 박고 살아간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는 삶에 대한 간절한 의지를, 피카소의 <죽음의 자화상> 에 나타난 동공 크기가 다른 짝짝이 눈동자에서는 죽음을 예감한 뒤 흔들리는 천재 화가의 내면을 확인한다.

<의사신문> 에 연재한 글을 묶어 책으로 만든 저자는 “그림 속에서 의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서 실제로 환자를 보면서 있었던 일의 되새김을 하고 싶었다. 날마다 대하는 환자의 내면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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