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저항의식… 역사를 말하다
41세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각가 박희선(1956~1997)의 10주기 추모전이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제 3회 김종영조각상(1994)을 받은 작가다.
1982년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던 마루조각회의 창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저항적 미술운동을 시작한 그는 88년 ‘한국성-그 변용과 가늠’, 89년 ‘비무장지대’ 라는 미술집단을 결성해 90년대 중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산, 씨앗, 한복 입은 여인, 도끼, 자물쇠, 매통 같은 토속적 소재를 가져와 추상화함으로써 한국적 조형성을 실현하려고 했고, 생명, 분단, 통일을 주제로 한반도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나무를 주로 다룬 그는 나무 토막들을 깎아서 못을 쓰지 않고 서로 끼워 맞추는 전통적인 ‘바심’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서로 다른 질감과 색채의 나무들을 조립해서 합일을 꾀했다. 특히 93년부터 만든 도끼 조각은 나무 몸통에 나무나 쇠로 된 도끼가 박힌 충격적인 형태로 분단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은 뚜렷이 드러냈다.
네 개의 도끼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 채 살벌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형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의 냉혹한 압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이런 작품으로 분단 체제와 그로 인한 온갖 폭력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의 작품은 역사의식과 저항의식을 담고 있지만, 결코 강퍅하거나 거칠지는 않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은 그의 작품세계를 “형식의 통일성을 추구한 조화와 균제의 아름다움, 정면성과 기념비성, 재료의 온화함과 주제의 무거움이 잘 융합된 의미있는 조각”으로 요약하고, “항거와 외침 뿐 아니라 관용, 포용, 인정, 용서 등 따뜻하고 너그러운 긍정의 태도까지 포함한 넉넉함의 표상”이라고 말한다. 26일까지. (02)3217-6484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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