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가 20세기 말보다 섭씨 1도 올라가는 2020년 최대 17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알레르기 등 전염성 질환이 확산된다. 자연계에선 양서류가 멸종하고 산호의 백화현상이 증가한다.
온도가 2~3도 상승하는 2050년에는 인류의 22%인 20억명이 물 부족 위험에 빠진다. 생태계에선 20~30%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오를 2080년에는 물 부족 영향권에 드는 인구가 32억명으로 증가한다. 홍수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도 20%로 늘고 해안지역 30% 이상이 해수면 상승으로 유실된다.
이런 내용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음울한 보고서가 6일 발표됐다. 세계 120개국 대표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엔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21세기 지구 모습을 경고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IPCC는 2월 보고서에 이어 기후변화가 인류와 생태계의 최대 위협임을 재차 강조했다. 보고서는 먼저 기후변화가 생존조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연계에서 관측되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수량과 태풍ㆍ홍수 발생의 변화, 지대와 극지방의 빙하 감소, 고위도 지역으로의 플랑크톤과 어류의 이동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세계의 중위도 지역은 물 부족 사태에, 저위도 지역은 기근, 저지대 지역은 해안선 상승에 따른 홍수 위험에 노출된다. 또 극지방을 제외한 지역에서 인간 적응력이 저하되면서 건강문제가 크게 악화한다.
특히 말라리아 등 열대상 전염병이 유행하고 오존의 증가로 인한 심장 질환도 증가하게 된다.
지역별로는 세계 최빈국이 위치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위도 지역이 최악의 어려움에 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남아시아는 히말라야 빙하의 용해가 홍수와 수자원 파괴를 가져오고 해안지역은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온도증가와 강수변화로 기근사태가 우려되는 동남아시아는 경제성장과 인구증가, 도시화로 인해 취약성이 증가된다. 아프리카는 농작지와 농작물 성장기간의 감소와 기근 문제가 더욱 광범위해진다.
유럽지역은 남유럽이 농작물 수확량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받지만 북유럽은 동토가 녹으면서 농작지와 수자원 증가, 지하자원와 관광지 개발 등 기후변화의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미와 러시아 등 극지방에 한정되는 기후변화의 긍정적 영향은 다른 피해로 인해 상쇄된다는 지적이다.
온난화는 인류 공동의 문제이지만 대책은 각국의 이해가 얽혀 쉽지 않다. 이번 보고서 초안은 6년간 과학자 2,500여명이 참여해 작성한 것으로 1,572쪽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19개의 해양대기 모델을 이용한 초안의 신뢰도가 80~90%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21쪽으로 정리하는 보고서 작성은 미국, 중국 등의 반발로 경고내용 일부가 희석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